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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13: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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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허구처럼 이야기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부적을 붙였는데 떼어냈다는 건 오히려 사태를 부적 붙이기 전보다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의 귀신이라는 건 서구나 일본, 중국처럼 '제령'의 개념이 아니라 '진정'의 개념이거든요. 부적은 화를 '막기' 위함이지 '풀기' 위함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쫓아내거나 막는 용도로 쓰던 부적이 떨어지면 바깥이나 구석에서 분이 쌓인 귀신이 더한 해를 끼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속칭 '어설픈 신내림'이나 '어설픈 진혼'같은 것이 부작용을 불러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적합한 절차를 따르지 않거나 어설프게 시도하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 끼여버리는 경우는 정말 큰일이 납니다.
하지만 부적은 대게 자살사고로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달래는데 쓰지 않습니다. 보통 굿을 하지, 부적은 터의 기운이 나빠지거나 오랫동안 쌓인 악귀를 막기 위한 용도로 씁니다. 지박령의 경우라던가 하는 일 말이죠. 십자가나 다른 종교의 물건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대다수는 효과가 없습니다. 상징물은 행위와 의미부여로 인해 그 효력이 발휘가 되는 것이 민간신앙이나 귀신과 관련된 것인데, 평범한 십자가나 묵주, 염주의 경우엔 그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거든요. 아, 오랫동안 신부님이나 스님이 들고 계시던 물건이라면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걸 구하긴 쉽지 않죠. 고로 부적이 제일 효과적이면서 구하기도 쉽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만들어준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아, 출처는 제 대뇌망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