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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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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조개는 진주라는 아름다운 보석을 품게됐어.
조개는 참 기뻐했어.그리고 곧장 이 사실을 버섯에게 말했어.
"나... 진주를 품게됐어요. 아직 완성된건 아니지만.... 완성되면 제일 먼저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버섯또한 무척 크게 기뻐했어.
"나도 정말 기뻐.빨리 보고 싶은걸? ....... 그런데 난 다른 숲으로 가야만 해."
"저와 진주를 두고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겨울이라 그런지 매우 춥고 보름넘게 비가 안 내려서 이 숲의 거의 대부분의 나무가 말라 죽고 말았어.내가 기생하던 나무도.. 숲이 다시 회복되는 여름때까지만 기다려 주면.... 안..... 될까? 반드시 돌아올께."
"네. 기다릴께요. 그대가 돌아올때까지...."
버섯은 그렇게 떠나버렸어.조개는 품고 있는 진주와 버섯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지냈어.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서 난봉꾼이라 불리는 가재란 녀석이 나타난거야.철 모르던 시절 조개가 멋도 모르고 사궜던 녀석이었어.하지만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들리는걸 본 조개는 충격을 받았고 그 일로 헤어지게 되었던거지.
"햐 이게 누구야~!조개 아니냐? 너 요즘 버섯이라는 산골짜기 촌놈이랑 만난다는 소문이 있더라? 진짜냐? 니가 감히 날 차 버리고 그런 조잡한 놈을 만나?엉?"
"................"
"어쭈~?이것봐라. 왜 대답이 없어? 내 말 무시하냐! 앙?"
"................."
조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왜냐하면 입속에는 진주를 품고 있기때문이지.혹여나 말을 하는 사이 욕심많은 가재가 진주를 빼앗아 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아니 이게 나를 우습게 보나? 맛 좀 봐라."
가재는 집게로 조개를 꼬집고 때렸어.조개는 무척이나 아팠지만 꾸욱 참을수 밖에 없었어.눈물이 나올수록 입을 꽉 더 깨물었어.
한참 때리다 지쳐 잠시 멈춘 가재는 조개를 보며 말했어
"아~아~ 옛 애인이니 서로 만나봤자 피차 좋을거 없지. 그런데 내가 찾아온 이유는 말야... 네가 진주를 품고 있다는 소문이 쫙 돌아서 말야.그렇게 아무 말도 않고 입을 다문걸 보니 더욱더 확신이 가서 말야. 좋~~게 얘기할때 진주를 내놔!!"
"................"
"좋게좋게 하려니까 안되는군. 그럼 억지로라도 가져가마"
가재의 폭행은 더욱 심해졌어.조개는 참고 또 참았어.진주를 위해서라면 껍질이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참을수가 있었어.가재의 가혹한 폭력에 조개는 기절을 하고 말았지.
"헉..헉.. 독한것.정신을 잃었구만 크크.그러게 진작에 내놓을 것이지. 번거롭게 쳇!"
가재는 진주를 가져가기 위해 조개를 입을 벌리려고 했어.그런데 조개입이 도저히 안 벌어지는거야.조개가 입을 꽉 다문채로 기절해버려서 몇번을 해봐도 도저히 열수가 없었던거야.이에 화가난 가재는 앙심을 품고 조개를 바다 저 멀리 버렸어.
몇 시간후 정신을 차린 조개는.. 지금 자신이 있는곳을 전혀 모르겠는거야.주위에 있는 물풀종류도 물고기 종류도 자신이 있었던 곳과는 너무 달랐어.그래서 지나가던 물고기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입안에 있는 진주가 생각난거야.
'저 물고기도 진주를 노리면 어쩌지?해수에 진주가 떠내려 가면 어쩌지'
진주생각에 조개는 아무말도 못했어.그저 해수에 몸을 맡겼어. 입을 꽉 다문 채로...
바닷물에 떠밀려 떠밀려 어느 새 바닷가의 뭍에 다다렀어.자신의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신기한 동,식물들이 많이 있었어.몇몇의 동물들이 호기심에 몇 번 조개에게 툭툭 건드려보고 말을 걸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 생물들도 조개를 무시했어.정말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지만 버섯을 다시만나 이제는 완성한 찬란한 진주를 보여주고 싶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 거야.조개는 황새나 학같은 커다란 생물이라 생각했어.다시 한 번 입을 꽉 다물었어.그 무엇에게도 꺾이지 않을것처럼........
한편,
버섯은 조개와 함께있었던 바닷가 근처의 숲을 떠나 꽤 먼곳에 있는 숲에 정착했어.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으나 언제나 조개와 진주 생각뿐이었어.하루하루가 왜이리 빨리 안가나 초조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지.빨리 여름이 오기를 기다렸어. 숲이 회복되고 조개와 진주를 볼 수 있는 여름을...
칼바람 부는 겨울도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지나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이 온 거야.버섯은 한걸음에 조개를 만나러 갔어.메말렀던 숲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성하고 울창하게 숲을 이뤘고 그 동안 다른곳으로 피해왔던 다른 버섯들도 다시 돌아왔어.숲도 나무도 다른 버섯들도 반가웠지만 그 보다 조개와 진주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오기로 한 그 장소로 바로 달려갔어.
.........
....................
없었어.조개는 없었어..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그 조개는 없었어...믿을수 없었어.그 착했던 조개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걸 믿을수가 없었어.잊지 않았겠지 설마.나를 두고 도망가거나 그러진 않았겠지 .오겠지. 곧 오겠지.. 잠시 다른데 갔을뿐 곧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렸어. 또 기다렸어.
하루가 지났어.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어.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났어.몇 달이 지나자 그는 포기했어.'그래..... 조개는 가 버린거야......그래.....' 그렇게 생각했어.
버섯은 아무런 의욕도 생각도 없이 살았어.웃음도 울음도 슬픔도 눈물도 기쁨도 노여움도 없이 감정이 사라진것처럼.그저 나무에 기생에 하루하루 살았어.그저 가끔 아주 잠시 미칠듯한 웃음과 울음이 그의 감정의 전부였어.
....................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무생각없이 살고 있었던 어느 날 버섯은 인기척을 느꼈어.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들리자 버섯은 갑자기 왠지 모를듯한 불안감이 느껴졌어.
.................
무슨 바구니를 들고 있던 사람들이었어.한 사람은 희긋희긋한 머리가 보이는 늙은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파릇파릇한 젋은 사람이었어.그들은 뭔가 말하고 있는것 같았어......
"이런 울창한 숲이 채집하기엔 참 좋아.숲이 좀 멀어서 자주 오기엔 그렇지만..."
"아 그렇군요. 이런 곳이 다 있었네요."
"내가 이걸 하루이틀 해왔겠나? 이런게 관록인게지.이 장소도 잘 기억해놓게.좋은 곳이야."
"예 그러겠습니다."
"나는 저 지역에 있는것을 딸테니 자네는 이 근처에 있는걸 따도록 하지."
"예 그러죠."
"그럼 시작하지."
사람들이 얘기를 끝나자 각자 나무에 붙은 버섯을 따기 시작했어.하나하나씩 정성스레 땄고 버섯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간을 피하기위하려 했어 그러나 눈 앞엔 젋은 남자의 쫙 펼쳐진 커다란 손이 보이는거야.도망 칠수가 없었어.그리고...그 순간 버섯은 젋은 남자의 손가락에있는 뭔가를 보았어.
'손가락에 있는 저건 뭐지?'
젋은 사람과 늙은 사람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버섯을 담았어.바구니가 풍성해지자 늙은 남자가 말하기 시작했어.
"자 이정도 땄으면 슬슬 이제 가지."
"네. 저도 바구니가 가득 찼네요."
"버섯이 이렇게 풍성할 줄은... 대박이야."
"그렇네요.버섯 판 돈으로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누가 신혼 아니랄까봐.... 그러고 보니 아내가 뭐한다고 했더라?"
"그냥 갯벌에서 이것저것 채집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아내가 생각나서인지 반지를 보며 문지르고 있었다.
"또또또 그런다.자네 그 결혼반지 너무 귀하게 여기는거 아닌가?"
"그럴 수 밖에요.아내가 저를 생각해 준 소중한 반지인걸요.더군다나 귀한 진주반지인걸요."
"전부터 궁금한건데 자네형편에 그런 귀한걸 어떻게 샀나?"
"운이 좋았지요.아내가 갯벌에서 주운 조개입속에 있던 거에요.조개가 얼마나 입을 꽉 다물던지 손으로 몇번이나 열어보려다 안되서 결국 망치로 깨버렸지요."
"자넨 정말 운도 좋군. 하하"
바구니 속에 있는 버섯은 눈물만 그저 흘리고 있었어
하념없이.......... 하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