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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 01: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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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일 그시간에 오는 손님이 들어왔다.
여지없이 맥주 한 병과, 적당한과자를 고르면서 계산대 앞으로 온다.
항상 패턴은 똑같아서, 그리고 결제하는 방식이 똑같아서 그 어느 진상손님보다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병맥 호가든, 그리고 초코과자들.
언제나 고르는 안주거리들은 초코가 들어가있다.
여지없이 카드를 받아들고 그는 말한다.
"영수증 주세요."
기업용 법인카드로 항상 저녁 9시마다 와서 구매하는 손님은, 언제나 야근을 하나보다.
아침마다 왁스로 다듬었을법한 머리가 긴 시간동안 중력에 못미쳐 어느정도 흐트러진 머리모양과, 굉장한 미남인듯한 단정한 이목구비, 시간이 시간인지라 피곤해보이는 그의 표정, 좀더 편안하게 풀어 헤친 넥타이와 손목단추를 풀어 팔뚝까지 올린 그의 셔츠 사이사이마다 보이는 그의 편안함이 내 눈에 와서 박힌다.
영수증과 카드를 건네며 맞닿는 손, 물품들을 주워담은 봉지를 건네며 조금더 길게- 맞닿는는 체온을 느끼며 형식적인 말을 내뱉는다.
"영수증과 카드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
조금더 길게 닿았으면, 좀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과 달리 말은 사무적으로 내뱉어졌다.
그런데도 떨어지지 않는 그의 체온.
의아한 눈빛을 들어 바라본 그가 잘생긴 외모로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했다.
"항상 보는데, 이름이 뭐에요? 참 매력적인 얼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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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을 보면서 상상한 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