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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5 07: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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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쿠폰 뒤쪽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여보세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어떤 일이시죠?"
"인형 전문 부서인가요?"
"네 고객님. 여기는 성인용 인형 부서입니다."
"제가 사용 설명서를 읽다가 쿠폰을 봤거든요.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하던데 맞나요?"
"맞습니다 고객님. 일단 고객님 성함이랑 생년월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수현이고 2001년3월1일요" (현재 나이 28살, 현재 년도 2028년)
"네 확인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50% 할인 대상자이십니다.
지금 신청하게 되시면 50% 할인 된 가격과 추가적으로 상품권 드리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지금 바로 구매 도와드릴까요?"
"아... 얼마죠?"
"네 고객님. 50% 할인하셔서 총 28만 원이고요 다음달 인터넷 청구서에 포함되어 결제하시면 되는 부분이세요."
"음..."
이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싸잖아. 게다가 다음달에 결제하면 되니까 조금 나아.
"고객님. 그리고 6달에 걸쳐 나눠서 결제하셔도 되는 부분이세요.
사은품은 다있소 백화점 3만 원권 상품권이나 인형 수리 5만 원권 쿠폰 중에서 선택하실 수 있으세요."
"저기 근데요. 업그레이드를 하면 정말 사람처럼 되나요? 여기 적혀있잖아요. '섹스돌을 사람답게.' "
"네 고객님. 지능이 훨씬 발달해서 인간처럼 대화도 나누실 수 있고요, 균형 감각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시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걸어다닐 수도 있습니다. 또 운동신경이 발달하니까 만족도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지십니다."
"인형의 기억은 안 사라지나요?"
"네 고객님. 데이터는 보존됩니다."
"6개월로 분할 납부 해주세요. 인형 등에 피부가 조금 떨어져 나갔는데 쿠폰으로 수리가 되나요?"
"네 가능하십니다 고객님."
"사은품은 인형 수리 5만 원권으로 주세요."
"네 고객님 접수되었습니다. 사은품은 다음 달 발급됩니다. 기사 방문은 언제가 좋으세요?"
"지금요."
...
...
...
띵동, 기사가 도착했다. 그가 무신경하게 방을 들어왔다.
"저 모델인가요?"
마틸다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네."
"한 10분 정도 소요 됩니다."
"네."
그가 가방에서 어떤 부품을 꺼냈다. 그러고는 마틸다의 정수리를 촉감으로 더듬더니 연결 포트를 오픈했다.
부품들이 마틸다의 정수리에 연결됐다. 기사는 부품의 버튼을 누르더니 이내 할 일 없이 가만히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정수리에 포트가 있나 보네요?"
"아, 네. 공학적으로 설계됐죠. 다른 모든 부위는 고객님들께서 활용도가 높으셔서요. 파손될 수 있어서 정수리에 입력단자가 있죠."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목 뒤나 뒤통수에 많던데..."
"하하 그렇죠. 근데 인형이 누워서 일하다 보니까 뒤통수가 부서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뒤통수는 안 되고.
목 뒤는 고객님들께서 많이 사용하셔가지고 좀 애매하죠..."
"근데 업그레이드 되면 진짜 사람같아 지나요?"
"아... 완전 사람같아 지지는 않고요. 그냥 시리 아세요 시리? 그것처럼 대화 비슷하게 나눌 수 있다고나 할까. 그 정도예요."
"뭐라고요? 그렇다면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음... 근데 다들 쓰다보면 만족하세요. 그리고 걸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테크닉이 추가되거든요? 그게 진짜 대박이에요."
"아니 잠깐만요. 저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얘가 사람처럼 됐으면 좋겠다구요."
"음... 하하하."
"이거 완전히 사기잖아?"
"사기라뇨 고객님. 하하..."
"어서 마틸다를 사람처럼 만들어 놔요. 어서 그렇게 하라고요!"
"컥...켁... 아, 멱살 잡지 마세요. 아 이거 놔!"
기사가 내 손을 뿌리쳤다.
"아이씨... 별 일을 다 겪네."
나는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봤다. 그가 움찔했다.
"저... 저기 이거 본래 고객님들한테 알려주면 안 되는 건데..."
"뭔데요?"
"사실 섹스돌에는 리미트가 걸려 있거든요. 리미트를 해제하면 거의 인간 같은 지능을 가지게 될 겁니다. 이거 받으세요."
그가 명함을 건네줬다.
[인형 전문. 010-xxxx-xxxx]
그게 명함의 전부.
"거기로 전화 걸어 보세요. 불법이니까 감안 하시고요. 참고로 저는 고객님한테 아무 말도 안 한 겁니다."
기사는 업그레이드가 끝나자 황급히 떠나버렸다. 마틸다는 좀 지능이 생겼을까? 혹시 이미 대단하다면 불법은 안 해도 되려나.
"마틸다."
"네 수현 오빠"
"기분이 어때?"
"수현 오빠 얼굴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잘 생겨서요."
난 조금 놀랐다. 이렇게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게 되다니. 기쁘다. 기뻐.
"난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어."
"제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수리해야 되나봐요."
"아냐, 마틸다는 고장나지 않았..."
난 그렇게 말하다가 조금 놀랐다. 마틸다는 내 대답까지 이미 예상한 대화를 던진 것이다. 높은 수준의 대화였다.
"마틸다."
"네."
"너는 생각할 수 있어?"
"나는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오빠"
"나를 어떻게 생각해?"
"사랑해요."
전여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틸다의 얼굴만이 또렷해졌다.
"넌 나를 떠나면 안 돼."
"안 떠나요. 오빠가 날 떠나면 안 돼요. 저를 다른 사람한테 주지 마세요."
"미안해. 미안해 마틸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뭐지?
[ 112 ]
경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