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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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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작년이 제가 떠올라 못 지나치겠네요
전 신경과학을 연구하고싶었고, 고등학생 때 부터 28살까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정신질환에 관심이 커서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꿈꾸기도 했었기에 군제대 후 2년을 목숨걸고 공부했습니다. 과학지식은 2년동간 합격선을 충분히 넘었지만 의대에서 요구하는 영어능력은 원어민수준이었고, 이를 2년만에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결국 크게 좌절했지만 제 목표는 그대로이니 다시 복학하여 대학원 진학을 꿈꾸었죠.
그러다 입학 3개월 전 연구실 인턴을 하며 알았습니다. 전 학구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이 아니라 정신질환을 비롯한 질병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돕고싶었다는 진심을 뒤늦게 알아차린거죠
박사취득 후 포닥을 하면 나이40. 그렇지않아도 박사가 차고넘치는 생명과학분야에서 TO도 없는 정신질환을 연구해온 나이많은 박사를 고용하여 연구시킬 연구소는 없다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전 대학원은 '꼭 대학원이 아니면 안되겠다'라는 마음이 없는 이상 가면 후회하는 곳임을 인턴을 하며 알게됐거든요.
이제서야 여태껏 공부말고는 기술도,능력도 없이 살아온 저는 제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것을 위한건 사치이고 그저 입에 풀칠하기위한 삶으로 내던져져야했습니다. 이렇게되자 전 아픈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자 라는 제 어린시절부터 당연하듯 쌓아온 인생관, 가치관을 제 손으로 직접 목졸라 죽이는듯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렸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이 다시 절 잡아주었습니다.
지금 저는 질병관리청을 지망하고있습니다. 입에 풀칠도 풀칠이지만, 그래도 제 영혼은 외면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전 이 둘이 일치하는 합의점에 도달하려고 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님도 가치관 그 자체를 직업으로 삼으실지, 아니면 별 생각없던 직업이지만 내 가치를 좇을 수 있다면 그 직업에 도전하실지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