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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7: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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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ㅈㄴ 비슷한일 있었음. 나 중딩인가 고딩때 (현재 마흔 다됐음) 나에겐 열살 차 나는 꼬꼬마 동생이있었음. 내가 겜하고 있으면 옆에 붙어서 구경하길래 심부름 셔틀로 썼음.
열심히 미로돌아가면서 올라간 스테이지 보스를 하는데 자꾸 죽는거임. 그래서 그날은 포기하고 내일 학교돌아오면 하자 했는데...
그다음날 내 동생이 깬거임! 깨버렸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누나 내가 깨놨어~!!
나 잘했지 칭찬해줘
그 귀엽고 잘생긴 얼굴에 써져있는데 날아간건 주먹이었음...
진짜 흐르는 눈물에 적셔진 주먹으로 냅다 팼음
10살차이 나는 꼬꼬만데... 꼬꼬마였다구?
진짜 꼬꼬마였어. 여섯살? 일곱살? 그런애한테 손찌검이라니???
근데 체면따윈 살필 겨를이아니었음. 그냥 이성이 날아갔음.
나는 세상이 무너진 느낌이었음.
당시 사촌 큰오빠가 와 있던지 말던지 내 알바아니었음.
그냥 나는 그때 좌절했던 거임.
내 보스가 내가 없는 사이에 돌아가셨다는 상실감도 있었지만
나는 오후내내 못깼던 동생 놈이 깼다는 것에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었음.
근데 웃긴게 내가 다시 깨보려고해도 깨지지 않아... ㅋㅋㅋㅋㅋㅋ ㅆㅂ.....ㅠㅠㅠㅠㅠ
옆에 쭈구려서 훌쩍이는 동생 놈에게 미안함...아니 완전 죄의식이 밀려왔음. 이성이 돌아온 거임.
나는 동생보다 게임도 못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하는 못난 누나였음.
나는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말하기엔 머리에 똥만찼음. 당시 변비이기도 했고) 이리와서 깨보라고했음.
ㅆㅂ 왠걸...ㅈㄴ 잘함...이새끼 완전 신이 내린 컨트롤임.
난 그날로 게임 접었음.
대신 동생한테 게임 하라고 던져주고 난 침대에 누워서 이래라 절해라 잔소리꾼이 되었음.
동생아. 누나가 그때 진짜 미안했다. 돈 모아서 축의금 많이 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