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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21: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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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찌뿌둥한 몸을 뒤쳑이려다가 억지로 참는다. 마치 잠에서 깬 적이 없다는듯이, 눈도 뜨지 않은 채로 가만히 기다린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황인 탓에, 이후 들려올 소리들을 듣기도 전에 이미 들은듯 하다.
싱크대 물 내리는 소리, 짧은 양치질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그칠듯 안 그치는 드라이기 소리...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현관문이 열리고 다시 잠기는 소리가 들려오자 가늘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본다.
아직 문을 열고 나가기는 조금 불안하다. 가끔씩 물건을 잊고 나가 다시 돌아오는 까닭이다.
5분... 10분... 끊이지 않는 정적에 만족해 문을 열고 나간다. 식탁에는 간소한 아침이 차려져 있다.
잘 넘어가지 않는 밥을 김치와 함께 억지로 넘기며,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길지 벌써부터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