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
2015-11-05 00:18:35
19
아버지,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아버지께서 그렇게 죽임을 당하신지 사십년이 지났는데,
박정희는 총 맞아 죽었고,
박정희의 딸 자식이 대통령을 해 먹는 나라인데,
아버지,
이런 꼴을 보시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중국 대륙 육천리 길을 걸어 ‘독립군’이 되셨습니까?
이런 꼴을 보시려고 전쟁의 폐허 중에서 어머니의 외투를 팔아 ‘사상계’를 만드셨습니까?
이런 꼴을 보시려고 ‘한일협정’ 반대를 외치셨고,
이런 꼴을 보시려고 ‘삼선개헌’ 반대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내 달리셨습니까?
이런 꼴을 보시려고 ‘개헌청원서명운동’에 목숨을 내 놓으셨습니까?
그리고 이런 꼴을 보시려고 ‘징역 15년 형’을 감수 하셨습니까?
아직도 이승만을 국부 운운 하고 있고,
아직도 김구 선생님 죽음의 배후는 숨겨져 있고,
아직도 김창룡은 국립묘지에 누워 있고,
아직도 박정희는 존경받는 대통령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아직도 친일파의 후손들은 권력을 움켜쥐고 있고,
아직도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쪽방을 전전하고 있고,
아직도 아버지의 아들은 스쿨버스 운전을 하며 밥 벌어 먹고 살고 있는데...
아버지,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래도, 정말 이래도 ...
친일과 독재의 딸 자식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런 백성들을 보시고도...
아직도 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십니까?
여쭙는 것이 오히려 바보 같은 짓입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그렇다” 인 것을 압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겠다.’고 하셨지요.
저는 ‘못난 자식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 해 봅니다.
아버지께서 그리 하셨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