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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18: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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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알람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귀를 찔러대는 알람음이 마치 점장의 앵앵대는 목소리 같다.
하루종일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온 몸이 쑤셔대는 통에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들었건만.
정잠 씹할새끼, 지가 할 걸 나한테 다 떠넘기고 가다니.
욕에 욕을 해대며, 알람시계를 집어들어 껐다.
이제 썩은내가 진동하는 고시원방에는, 지하철 소음, 차 경적소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면서 내는 소음들만 남아 있었다.
나는 알람시계를 부셔버릴 듯 움켜쥐며 으르렁 댔다.
"아, 5분만. 제발. 좀 아 씨" 발! 까지 소리치고 싶었지만 옆 방의 미/친/년이 또 지랄해댈게 분명했기에, 이만 악물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었다. 온전히 한숨만이라도 자고 싶었다.
아니, 잠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숨이라도 돌리고 싶었다.
입에서 내것 아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그냥 오늘 쨀까?"
얼마 돈도 나오지 않는 알바였다. 그래도 그것도 하지 않으면 이 고시원 월세도 내지 못했다.
알바인생밖에 안돼. 어머니가 툭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게 암처럼 내 속에서 자라고 자라 날 이렇게 만들줄을.
왜 어머니는 그런 말을 한걸까. 비행기 한대가 머리 위로 지나가며, 고시원 건물을 뒤흔들었다.
건물주가 소송을 건다며, 실패에 물들어 이미 손을 놔버린 사시준비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분명 난 이미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건물주는 끈질겼다.
알람시계를 바라보다가, 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잠옷차림으로 큐브존으로 향했다.
"씻고는 오지?"
한심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큐브존 사장을 뒤로 한채, 선불금을 치른 뒤 큐브로 들어갔다.
큐브 온라인. 오픈한지 1년도 더 된, 큐브링시스템 MMORPG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게놈지도를 통해 전뇌를 구성하려고 인간들이 그렇게 애를 썼지만, 결국 딥러닝 AI가 전뇌를 만들어냈음을.
그런 전뇌를 통해 다차원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그게 큐브링이고 그래서 그게 짱짱맨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