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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8 08: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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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교사입니다. (경력 15년, 현 6학년 담임)
이거보고 진짜 빵터진 이유가 ㅎㅎㅎㅎㅎ 위에 학부모님들 말씀 다 맞고 아빠가 화났다는게 '상황이 심각하다' 는 뜻인건 알아요.
그런데 제가 15년간 담임하면서 만나본 결과로는, 진짜 심각한 사안이면 부모님 같이 오십니다. 애아빠가 화났어요 같은 말 할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같이 오셔서 상담하고 전해듣는 이야기 없이 바로 소통하니 잘 해결된 경우도 많았고요.
상담하다 '애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라고 교사 면전에(또는 전화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99% 이상이 아빠 들먹이며 너 이거 잘 해결해라 가만있지 않겠다, 라는 협박성 발언이었습니다. 심지어 전혀 심각한 사안이 아니었고, 본인 자녀 잘못 또는 원하는대로 처리해주지 않아서 불만인 경우들이었어요.
저는 교실에서 상담중 듣다듣다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선을 넘길래, 아버님 많이 화가 나셨다니 같이 이야기나누면 좋겠다고, 지금 아버님께 전화 좀 걸어주시라 말씀드렸어요. 스피커폰으로 놓고 통화하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도 더 잘 가실거라고요.
그랬더니 갑자기 자기가 잘 말하면 된다면서 얼버무리더라고요?
아니 오해하시는 상황 그대로 두는거 제가 더 걱정되니까 그럼 제가 직접 전화드리겠다 그랬더니, 아니라고 손사래치며 가신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아이한테 물어보니 아빠요?? 아빠가 왜요?? ㅎㅎㅎㅎㅎ 아빠는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애아빠가 화가 났다' 라는 말의 뜻을 교사들이 모르는 게 아닙니다. 저런 말을 상담중에 하는 사람의 90%는 그 말을 들먹여서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에요.(아빠는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음).
요즘은 아버님들이랑도 통화 많이 합니다. 저는 핸드폰에 아빠엄마(혹은 그외 보호자) 모두 저장되어있어요. 저런 말 들으면 저는 상담후 바로 전화드렸습니다. ㅇㅇ 일로 걱정이 크실텐데,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하고요. 그러면 정작 아빠들은 1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충격이었죠. 도대체 애아빠 얘기를 상담중에 왜 한걸까요?
이런 경우를 수도없이 겪다보니 진상멘트라고 하는거예요. 교사들이 그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