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2021-08-24 22: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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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한국철도공사와 SR 간의 문제로 보이지만, 이게 아마 생각보다 더 예전으로 거슬러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문제일겁니다.
철도를 운영하고 간단히 유지보수하는 공기업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으로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공단)이 있어요. 이 두 기관은 한때, 철도청이라는 정부기관에 통합되어 있었습니다. 90년대 당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출범하면서 슬슬 삐걱거리기 시작한 이들 간의 관계가 2005년 이후로 철도청이 공사화되면서 이 둘이 최종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이 당시 철도청의 부채 중 상당 부분이 건설파트에서 오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출범 당시부터 철도공단이 상당수의 부채를 떠맡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철도공사는 그래도 어떻게든 철도망을 이용해 유통도 하고 부동산 사업도 하고 물류사업이니 여객사업이니 별의별 사업을 펼치며 아득바득 영업하니 흑자와 적자를 왔다갔다하면서도 어떻게든 부채를 상환해왔고, 용산에 있었던 수도권철도차량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재개발한다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부채를 청산했니 어쩌니 할 정도로 몸부림이라도 치고 있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사실상 건설비 회수 및 부채 상환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선로사용료 징수 등과 같은 방법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하지요. 제가 알기로, 공단 쪽의 부채가 공사보다 워낙 심각해서 자본잠식까지 치닫고 있는 형편이라고 할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이 '선로사용료'에 방점을 찍어보자면, 공사는 매출의 34%를 선로사용료로 지급하는데 SR은 매출의 50%를 선로사용료로 지급합니다.
이 점을 보았을 때, 전직 국토부 관료들의 일자리 챙겨주는 것도 것이지만, 우선 2005년 공사화 이전까지의 철도청이 짊어지고 있던 부채를 분담하면서 대부분의 부채를 가져가게 된 철도공단의 주 수익 창출 및 부채 상환 수단으로 선로사용료가 선택되었고, 그 선로사용료를 쥐어짜낼 구석을 추가로 만들어내 그 부채를 메꿔보자는 의도도 있는 작업이 바로 SR 출범과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사족을 달자면, 일본국유철도(JNR)이 JR로 민영화되어 갈 때의 테크트리를 비슷하게 밟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물론 JNR을 분할민영화하면서 분할민영화된 각각의 JR 사측의 역량에 맞춰 JNR이 상환해야 할 부채가 JR 각개 회사에 분담되었고, 그마저도 JR 각개 회사가 떠맡은 부채는 JNR이 최종적으로 상환해야 할 부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부채는 결국 일본 정부가 어떻게든 탕감하는 식으로 조치했다고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