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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1 02: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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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은 단순히 일본판 뉴딜에 입각한 토건 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단, 이미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던 당시의 일본 철도 공기업인 '일본국유철도(JNR)'의 체질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여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육로교통과 비싸지만 초고속으로 원거리를 이어주는 항공교통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침체기를 맞이한 끝에 결국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철도교통산업이, 1964년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의 개통 이후로는 대격변을 맞이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음을 전 세계에 보일 수 있었고, 단순한 이론이나 기술시험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던 고속철도라는 개념을 200 ~ 220km/h라는 당시로서는 가공할 만한 고속력으로 주파하는 신칸센 0계 전동차(본문 중간쯤에 인용된 신칸센 전동차 사진이 바로 0계 전동차입니다. 현재는 전량 은퇴하여 대부분 폐차되었고 소수가 일본이나 영국 등지의 철도박물관에 전시되거나 대만 등으로 매각되었습니다.)로 하여금 현실화하고 이내 성공한 것은 세계의 철도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죠. 심지어 이는 당시 박정희 정권 치하의 우리나라 국유철도청 역시 철도청 체질 개선을 목표로 일본의 성공을 거울삼아 한국형 고속철도 계획을 시동걸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국제철도연맹(UIC)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고속철도의 기준을 이 속력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신칸센의 건설과 개통으로 이용객이 전래에 비해 상당히 증가함으로써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도카이도 신칸센의 대성공 이후 이곳저곳에 닥치는대로 신칸센을 짓는 등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건설부채 등의 문제로 인해, 결국 JNR에 누적된 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힘들었던 모양이죠. 일본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상용화 이후로 약 20여 년이 지난 1980년대.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JNR은 오늘날의 JR로 분할민영화됩니다. 분할민영화 직전까지 상환하지 못하고 있었던 적자를, 분할된 각 JR 회사마다 그 규모에 비례해 분담해 나눠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중 제일 먼저 상환해서 2000년대 중반 즈음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곳은 도쿄 중심의 일본 수도권과 그 근교 등을 담당하는 JR동일본이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부채를 일본 정부가 탕감해줘서 가능했다는군요.
그리고 이렇게 분할민영화가 되면서 도저히 자기들 회사 역량으로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의 일반철도 노선(이를 '재래선'이라고 일컫습니다.)은, 유지보수하기보다는 그대로 폐선시켜서 버스 노선으로 전환시키거나 혹은 지자체 내지는 지자체+민간 합자회사에 불하, 매각하는 등, 이른바 '제3섹터'화하면서 계속 JR이 보유하고 있던 철도노선들을 뭉텅뭉텅 잘라냈습니다. JR에서 사업이 안 된다고 던져버린 노선들이니, 당연히 제3섹터로 독립한 노선들도 그 운영상황이 좋은 건 아니라서, 제3섹터화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대로 폐선되고 버스로 대체수송이 된다거나 혹은 지자체 보조금 등을 받으며 근근이 연명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 여파가 제일 강하게 두드러진 곳이 홋카이도라고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