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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0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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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 제법 번잡스런 학원가에서 우연히 같은 반도 아닌, 처음 널 만났어
고등학교 복도에서 서로를 보고 놀랐지. 너도 이 학교였어?
갑자기 비가오던 하교길, 친척형네 과외를 받으러가야하던 젖은 나의 밤에
우산이 되어줬어. 놀랍게도 너의 집과 친척형의 집은 바로 옆에 있었지
힘든시기를 겪고, 재수를 마치고. 보고싶은 영화가 생겨서 가끔씩 연락하던 너에게 목소리가 닿았고
엔딩크레딧 때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너를 보지 못한 듯, 스크린에 눈을 고정하고 엔딩곡을 들으며 좋다고 반복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센스가 나의 어디서 나왔는지 아직도 신기해
제법 어둑해진, 하지만 복잡하고 시끄러운, 네온사인과 커다란 음악소리를 피해 조금은 떨어진 작은 공원에 가 앉았어.
영화의 여운인지, 어둑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인지, 나무들에 올라앉은 색을 바꾸는 조명때문인지
우린 가까웠고 조명을 보며 색에관해 이야기를 나눴어.
변하지않는 색은 없겠지만 지키고싶은 색은 있잖아.
지켜주고싶었어. 변하더라도.
어린 용기와 우리들 환경의 시험에 너도 나도 상처를 입었고.
그렇게 가까워진것처럼 자연스레 멀어졌어.
좋아지게 된 이유가 없듯, 헤어지는 이유도 없었지
시간이 많이 흘렀어. 넌 예쁜가정을 이뤘고,
난 준비중에 있어.
궁금해 가끔.
너의 색은 어떻게 더 아름다워졌을까.
그 시절의 내가, 그 시절의 너가
그 시절의 우리가 좋아.
그때의 나의 색을 좋아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