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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16: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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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99년 겨울을 아직도 기억한다.
신도시의 오락실은 깔끔하고 좋은 냄새가
났으며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야 했지만 그날은
학업의 연장을 거부하고 오락실로 향했던
날이다.
누군가 당시 인기게임 철권3를 하고 있었고
나는 건너편에서 "이어도 되요?" 라고 물었다.
안경낀 한 학년 위의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당시 요시미츠 라는 케릭터를 주로 했는데
이 요시미츠를 하는 인간은 두 종류였다.
진짜 잘하거나, 개또1라이거나.
불행히도, 필자는 후자였다.
전자는 그렇다 손 치더라도 후자가 불행한
이유는 그 또1라이같은 플레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였다.
예를들어 붕권쓰는 폴 앞에 가서 회오리로
시전 끊어버리고 어깨짚고 넘어가기,
피니쉬를 할복으로 마무리하기,
횡이동으로 짠손 하단 날리면서 짤짤이치기
등,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될 온갖 얌생이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도 화랑 높이차기를 절묘하게 피하며
중단 짠손 일명 꼬추때리기를 미친듯이 시전했고
회오리돌며 내 피를 극한까지 뺀 뒤 할복으로
마무리하는 개종자 플레이를 했다.
열받은 상대방은 세 번째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네 번째 라운드를 현실에서 진행했고 난 그야말로
죽지 않을 만큼만 맞았다.
터덜터덜 노을이 지는 것을 감상하며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학원을 짼 이유로 집에서 폴피닉스에
빙의한 아버지에게 한번 더 맞았고
한동안 오락실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