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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12: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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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사이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거는, 다음날 쉬는 인원이 있으면 그 인원이
미리 뭘 준비하고 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만약 못했으면 그사람이
쉬는날 제가 그 공백을 메꿔주는 역할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빠졌고, 여기서부터 삐그덕거립니다.
(거릴겁니다가 아니라 거립니다.)
고기써는 사람이 쉰다. 쉬기 전날 고기를 몇판을 해놓고 가야 하는데
만약 10판을 해야 하는데 5판밖에 못했다. 그럼 나머지 5판을
제가 합니다.
(이건 예시입니다. 실제로는 5~ 60판 단위입니다.)
그럼 그사람이 절반을 못하고 갔다고 하더라도 저는
나머지 절반을 해야 하는데...
이게 꿀잼인 부분인거죠.
저는 다른사람보다 작업속도가 3배쯤 빠릅니다.
고기 10판 만드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저는
2~30분컷이 가능합니다. 다른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빵꾸가 나도 한두시간 안에는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홀서빙이나 뭐 그런걸로 복귀할 수 있는거죠.
그런데 저한테 인계받은 그 친구가 이 빵꾸가 난걸
메꾸고 다니면서 홀서빙이나 뭐 그런걸 봐주면서 음식영업을
해야 하는데, 이거 백프로 안되거든요. 그래도 당장은 상관없어요.
어쨌든 가게는 한 이삼일은 굴러가겠죠. 근데 이 빵꾸난게 점점
다음날로 밀리고, 이사람들은 한다고는 하는데 데미지는 누적되겠죠.
주방과장도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두니, 오늘 뽑힌 육수까지는 뭐
그럭저럭 나온다 쳐도 내일부터는? 참고로 사장아들은 육수만들 줄 모릅니다.
사장이 와서 하고간다? 그럼 다른지점은?
야채삶을때 건지는 타이밍 놓쳐서 곤죽이 될테고, 그 메뉴는 매진걸어야 할거고,
삶을 고기 담는거 그거 보통일 아니거든요. 과장도 없고 저도 없으니
누가 할까요? 저한테 인계받은 그 친구가 하겠죠. 그거하다가 오전 다갈거 뻔하지만.
그거 하다가 고기는 고기대로 못썰고 숯은 숯대로 못하고 홀 영업은 영업대로
안되고,
그럼 다른사람들은 뭐하냐고요?
딱!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이에요. 다른거 시켜도 못하고 시키면
욕해요. 어린놈이 대가리가 커서 직급이용해서 갑질한다고 ㅋㅋ
니가 이해하고 넘어가라 내가 그래도 너 생각하잖냐 하는 사탕발림에
속아서 지금까지는 제가 했다지만,
ㅋㅋ 전 아직 썰의 절반도 안풀었다는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