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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08: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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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즈음에, 아침에 학교가면 어린이 동아일보 한켠에 있던 한자를
1교시 수업 전까지 50번을 써야 했다. 그런데 한자를 다 못쓰거나
획수를 틀려 이상한 글자를 창조해내면 손바닥을 맞고 들어가곤 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다른 애들은 손바닥만 맞고 들어가고 나는 교탁 옆에
무릎꿇고 4교시까지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러면, 선생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대신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글쎄다. 다른 애들은 손바닥만 맞고 들어갔는데
나는 왜 항상 4교시까지 무릎을 꿇고 앉아있어야 했는지.
그 기묘한 체벌의 '선택적 강도'는 우리엄마가 식당일을 하루 빠지고
학교에 찾아간 뒤에 멈췄고 선생은 내가 한자를 쓰지 않아도 다른아이들
처럼 손바닥만 때린 채 다시 자리로 보냈다.
그 해 학교에서는 백일장이 열렸는데, 나는 다른아이들처럼 글을 써서
제출했고 그 글은 다음주 조회시간에 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글은
상을 받았는데 그 상을 받은건 내가 아닌 육성회장 누구의 아들인가 그랬다.
나는 집에 가서 '나는 글을 써서 1등을 했는데 그 상을 다른 애가 받았다'
라고 했지만 집에서는 그럴리가 없다며 날 믿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백일장 상까지 받을 정도로 우리엄마가 선생에게 푸쉬하지는 못했나보다.
그건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일종의 추가상품이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