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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5 2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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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물리학과 대학원생이자 2차원 물질을 전공하고있어서 그래핀에 대한 내용을 꽤 잘 아는데 본문은 너무 왜곡된 사실이 많습니다.
김필립 교수님은 그래핀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발달하면서 물질의 원자 배열 구조를 알면 그 물리적 성질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도성이 높은 탄소 원자 1개 두께의 2차원 물질은 전자 이동속도가 매우 빠를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었고, 그럼 이 꿈의 물질을 실제로 만들어보자는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AFM(Atomic force microscope:원자 힘 현미경)이라고 아주 뾰족한 탐침으로 물질 표면의 높낮이 정보를 스캔하는 측정장비가 있는데 이 장비를 이용해서 벌크 탄소 결정에서 얇은 탄소 박막을 벗겨내는 연구를 하셨습니다. 실험 컨셉은 매우 훌륭했지만 아쉽게도 한 층 짜리 그래핀을 찾지는 못하셨죠. 게다가 정밀 작업이기 때문에 효율성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안드레가임 교수 연구실에서는 꾸준히 말도 안 될 것 같은 장난같은 실험을 전통적으로 하고 있었고, 노보셀로프라는 당시 안드레가임 교수 연구실 대학원생이 탄소 결정이 어차피 2차원 구조니까 테이프로 졸라 여러번 뜯어보면 어딘가는 엄청 얇은 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그게 된겁니다.
실제로 아직도 3M 스카치테이프로 탄소 결정을 졸라 많이 뜯어서 어딘가 존재하는 1장짜리 그래핀을 찾아 실험하는 방법은 2차원 물질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아는 기본중의 기본 스킬이 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실제 2차원 물질 연구 분야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이 간단해 보이는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박리 기법이었기 때문에 이 방법을 발견한 연구진이 노벨상을 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이제 교수가 된 노보셀로프와 김필립 교수님의 세미나에 참석 해서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노보셀로프는 강연하면서 계속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느니, 단순한 접근법이 중요할때가 있다느니 하는 얘기만 주구장창 했는데
김필립 교수님 강연에서는
'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연구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내용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노보셀로프 교수님은 약간 노벨상이라는 영광에 취해서 발전속도가 더딘 느낌이었는데
김필립교수님의 연구는 막 딥러닝으로 2차원물질을 어떤 조합으로 쌓아올리면 어떤 물성이 나올지 예측하는 방법도 만들고 계시고, 여지껏 발견 한 적 없는 물리적 성질도 만들 수 있는 물질구조 연구도 하는 등 이 분야의 최첨단의 위치에서 실질적인 "대가"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김필립 교수님의 방법이 난이도 측면에서 어려웠기 때문에 파급력이 떨어졌고 그래서 노벨상을 놓친 것은 매우 아쉽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김필립 교수님이 더 과학자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