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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9 02: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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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말해야할지...
참담함에, 서글픔에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요.
작성자님의 글을 읽으면서 슬픔과 분노 다음으로 의문이 떠올랐어요.
나는 저 상황에서 '용기'있게 바로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여러 글을 주워들으면서 '나라면 바로 말하지'란 생각을 했는데요.
오늘 당신의 글을 정독하고, 또 곱씹으며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어요..
내가 너무 쉽게 얘기했구나..
한번도 겪지 않았고, 한번도 무서워한적 없는 사람의 생각없는 짓이었구나..
이 생각을 한번이라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 다행이구나.. 라는 참담한 생각까지 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별 대수롭지도 않은 자리에서, 나보다 사회적 위치가 크게 높지 않고, 내게 사회적 영향력을 거의 끼칠 수 없는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지켜봤음에도
아무런 말도, 어떠한 문제제기도, 심지어 피해자를 위한 방패막이도 되주지 못했거든요..
상대방이 가만히 있었다는 자기합리화만 존재했을 뿐이지요.
그 잘못된 행위의 수위가 높지 않았기에 말하지 않았다는 핑계만 남아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당한 것도 아닌 제가 이런데.. 작성자님은, 또 다른 분들은 지금까지 얼마나 힘겨웠을지..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매일같이 반성하고, 용기를 부르짖어도 막상 현실에선 '좋은게 좋은 것' '분위기 때문이야' '저 사람이 불편해할 때 말해야지..' 등...
별별 핑계만 늘어놓았지요.. 하하...
그저 '나는 그러지 않는다'는 자기위로만 씁쓸하게 저를 붙들더이다..
지금의 글이 저를 어떤 방향으로 돌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 바라는건, 오늘의 글이, 지금의 심정이 저에게 한줌의 용기라도, 약간의 디딤돌이라도 되기를 소원할 따름입니다.
음...
지금의 마음만 적고 글 마무리할게요.
제 얘기만 주절주절 말한 것 같아 민망할 따름입니다. ㅎ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