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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4 17: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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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나칠까 하다가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어서, 말씀을 좀 보태볼까 합니다만, 제 예전 지인 중에, 이십대 중반이었나, 후반이었나, 판검사에 꽂혀서, 늘그지막하게 법대를 간 사람이 있습니다(당시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 시작했음). 대학때 성적도 좋았고, 법대까지 와서 맨날 술먹고 노는 훨씬 어린 동기들 보면서 한심하다며 공부에 의욕을 많이 보이던 지인이었습니다. 대학때 열심히 공부한게 통했는지, 졸업하자 마자, 사법고시를 봤는데, 덜컥 1차(당시에 제가 알기로 3차까지 과정이 있음)에서 붙었다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간 직장다니며 모았던 자금을 다 정리해서 당시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사법고시라는건 당시 날고긴다는 법대 졸업생들이 인생살면서 오지게 공부하던 경험보다 몇배나 될지도 모르는 노력을 해서 겨우 붙는 거잖아요. 그 지인도 초반 몇년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게다가 1차를 한 번에 붙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계속 공부에 매진했습니다만, 시험 보면 2차에서 계속 떨어지더랍니다. 그렇게 10년 정도를 죽자사자 매달려서, 마지막 시험도 최종 떨어져 주변을 돌아보니, 40넘어서 할줄 아는 건 거의 없는 직업공부생(?)인 자신이 보였답니다. 더이상 사법고시 공부를 할 자신도, 희망도 뭣도 다 없어진 상황에서 자존감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로 낙향을 했다네요. 거기서 마음 식히느라 낚시도 다니고, 당시 남아있던 동네 친구들(참고로, 동네가 조그만 어촌입니다)이랑 소주한잔도 하면서 보내다가, 일단, 일당 벌이라도 해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래요. 그래서 친구따라 새벽 어판장에 따라나가서 잡일 하며 몇 달 지내다 보니, 뭔가 다른 길이 보이더란 말이죠. 어판장에서 잡일이 익숙해 졌을때쯤, 친구한테 사정을 해서 배를 타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동네에서 '서울서 사법고시 공부하다가 '실패'해서 낙향한' 그런 수근거림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냥 자기 현실 상황이 그런거니, 주눅들지도 않고, 열심히 배를 탔답니다. 열심히 하니, 뱃일은 금방 적응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슬슬 돈 모이는 것도 보이고. 그렇게 몇 년을 배를 타며 돈도 모으고, 늦게 고향에서 자리도 잡아가고 그러다가 어촌조합인가? 하여튼 무슨 조합같은데서 간부? 좀 높은 자리를 구한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자기는 대학까지 치면 근 십몇년동안 법공부하던 사람이었으니, 그걸 좀 어필해서,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조합에서 자리도 얻었답니다.
마지막으로 본게 휴가차 근 십년전, 그 지인 고향에 가서 회랑 술을 얻어 먹으면서 이런 저런 들려주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네요.
지금껏 계속 잊고 있다가, 님 사연을 듣고 제 나름의 기억으로 풀어 놓은 것입니다.
제 지인처럼 법공부하던게, 영향력있는 조합간부로 되는 강점이 될 수도 있구요, 공부하면서 가졌던 집중력과 인내심이 다른 분야에서 발휘되기도 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보시며, 국사라든지, 영어라든지 일반 상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 지인은 이제 50중반 쯤 되었을 건데, 어촌일을 하기 시작한건, 40좀 넘어서 였을 거거든요. (참고로, 마지막으로 봤을때'도' 솔로였음)
중요한건 다음일을 할 용기와 의지라고 봅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게 인생인 것같구요...
부디 이번 시험 결과가 나오더라도 연연해 하지 마시고, '되면 좋은 거고, 행여나, 이게 안되면 저걸 해 봐야겠다' 라고 자기에게 너그러워 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