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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6 08: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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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톤트럭타고 쓰레기 수거하는건 보통 용역업체가 하는데 이게 알바로 일당이 쏠쏠해서 2007년기준 75,000원. 지금 기억으로 밤열시부터 담날 오전 일고여덟시까지 일한듯. 당시 내가 맡은 곳은 마포구였는데 밤 10시에 합정역으로 가면 대기하던 봉고타고 업체 도착해서 업무 지시받고 일을 시작함. 오톤트럭뒤에 나포함 둘이서 매달려가며 쓰레기 봉투를 주워담는데 방지턱이나 요철 건널때마다 정강이 뼈에 튀어나온 안전바같은게 부딪혀서 눈물 찔끔날 정도로 아픔. (담날부터 정강이 패드구해서 붙이고 다녀서 좀 나아짐) 주택가 일대는 쓰레기가 거의 고만고만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거운게 많았던 기억. 차뒤로 쫓아가며 들고 던지고 들고 던지고 반복. 슬슬 허리아프고 이 동네 끝은 어딘고, 좀 안쉬나 생각하며 싣다보면, 가끔 날카로운게 뾰족 튀어나온게 있어서 주의해야함. 작은 공장같은곳 쓰레기도 조심해야 되는데, 뚝뚝 잘려진 플라스틱 쪼가리들이 많아서 찔리는 경우가 왕왕있음. 대망의 마지막 난코스가 홍대 일대인데,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인디밴드 공연하던 가게나 클럽들이 있던 곳 근처. 거기가 쓰레기 산이 이루어져 있는데, 장사끝날때 즈음이라 거기가 마지막이었던듯. 그때가 오전 대여섯시 정도가 되는데 완전 중노동 난코스였던걸로 기억함. 땀은 비맞은듯이 줄줄 흘러내리고, 이래도 허리가 안 끊어진다고? 이건 내가 할일이 아니야! 라고 속으로 계속해서 외치게 됨. 거기서 일이십분정도 쓰레기봉투를 끊임없이 차로 실어올림. 진짜 실어도 실어도 쓰레기봉투가 안없어짐. 공연이나 클럽갔다가 나운 애들은 옆에서 담배피고 있는데, 진짜 딱 오분만 멈추고 담배한대 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올리다 보면, 그전 중간에 차 두대분 돌때 즈음 참으로 라면 끓여 먹는데, 세번째 차분 홍대 일대 쓰레기 싣다보면 다꺼짐. 차는 계속 쓰레기 받아서 압축프레스 시스템으로 봉투가 계속 터져나가며 안으로 말려들어가게 되는데, 이 와중에 터진 쓰레기 국물(?)이 가끔 입으로 쑝 들어가기도 함. 우웩 진심 토쏠리던 기억. 그때 내가 얼마나 겁이 많은 놈이었는지 알게 된게. 난지도였는지 어딘지 모르겠는데 강서대교였나 다리 끝단즈음에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데 그리로 쓰레기 가득실은 트럭이 쓰레기를 내리게 되어 있음. 쓰레기가 내려가는 동안 심심해서 새까만 밑구덩을 보고 있노라니, '나한테 저기 빠져죽는 대신 내가족이나 나라를 구할수 있다면 빠지겠는가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안빠지는 걸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청 무시무시한 공포가 밀려올정도로 압도적인 새까만 구덩이. 담날 온몸 구석구석이 아파서 하지말까 라는 고민도 했는데 급히 필요한 금액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아이고아이고 하면서 나갔음. 보통 하루하고 안나오는 사람 많다고함. 이해가 됨. 여튼, 한달정도 하다가 급하게 쓸 용도의 금액을 다모아서 관뒀는데 환경미화하는 분들 얼마나 고생하는지 십분지일이나마 알게돼서 그런지 그 이후로 담배꽁초를 포함한 모든 쓰레기는 길에 저얼대로 안버리게 되더라. 차가 매립지로 가는 이동시간이나, 쓰레기 버리는 동안 쉬기도 하고 중간에 야참도 줘서 그런 시간 빼면, 열시간 근무동안, 실제로 빡세게 일하는 건 여섯시간 정도인 것같다. 여름이었다 가아니고 늦가을 정도였던듯.
그랬던 삼십대청년이 지금 반백이 됐으니 세월 참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