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버렸다. 망설이는 사이 너가 가버렸다. 음영이 드리운 내 마음에 너라는 빛이 있어 참 맑았는데 다 끝나버렸다. 아니 내가 끝내버렸다. 운다. 엉엉 울었다. 내 눈이, 마음이 엉엉 울었다.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고 흘러내린 눈물은 강이 되었는데 가버린 네게 닿지 않아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이를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우리는 선택하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대단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까지도 이를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선택하면서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이지만, 일이 바빠서.... 대가 없는 사랑이지만,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는 것이 콱 막혀 답답할때면 만들어 놓았던 나무로 만든 조각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쓰여지지 못하고 망각의 나락으로 떨어진 수많은 글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면면히 써내려간 글들의 발자국들이 나를 여기 있게 함에 감사하며 다시 펜을 잡는다. 무사히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글이 쓰여지길 오늘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