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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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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튿날 밤에 터졌습니다.
당시 저는 P사이트의 F축구게임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오전에 놀다가 그 집에 들어가니
우리중 가장 나이가 많은 누나가 "얘들아 오늘은 밖에서 저녁먹자. 나가자~!!!!"라고 했죠.
저는 피곤하고 게임도 하고 싶은지라 "저는 집에 있을께요. 애들 데리고 나갔다오세요."
그러고 그 집주인 아들인 ㅅㅁ라는 동생녀석도 "저도 집에서 TV보고 라면이나 먹을래요."라고해서
그 집엔 저와 그 녀석만 남았죠.
그렇게 저는 컴퓨터방에서 정말 그야말로 정신놓고 게임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 동생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구요.
얼마쯤 지나지 않아 그 동생이 "형 저 친구좀 만나고 올께요." 그러길래 저는 정신없이 게임을 하며 아무런 생각도 않고 "어, 그래" 라고 무심코 대답했죠.
그리고 시간이 꾀 지나니 목이 타더군요.
저는 그 동생이 나갔다는 걸 깜빡한채
"ㅅㅁ야, 형이 지금 골먹힐것 같아서 그런데 물한컵만 갖다줘~"그랬습니다.
그런데 물을 안 가져다 주길래 저는 다시 한번 "ㅅㅁ야~~~."라고 살짝 소리를 질렀죠.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런데, 곧 누가 테이블옆에 물을 한컵 놓아주더군요.......
컴퓨터랑 방문이랑 마주보고 있어 누가 들어오는지는 못봤었죠.
전 그때까지 제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했는지 게임에 빠져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오 땡큐!!"라고 하고는 게임을 계속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요?
저는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두통이 생겨 컴퓨터를 끄고 물컵을 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배도 고팠고....
'어? 아....맞다. 아까 다들 밥먹고 놀다온댔지.....근데 ㅅㅁ이자식은 어딨는거야? 자나?'
라고 생각하고 저는 집에서 녀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방 저방 뒤지다 안방 화장실을 열고 거기도 없기에 거실복도 쪽으로 저는 천천히 걸어나왔습니다.
"아 이자쉭 어디간거임? 말도 안하고.....아무리 자기 집이라지만...손님을 집에 혼자두고ㅡㅡ"
그렇게 거실로 걸어 나오던 저는 제가 부엌 식탁위에 갖다놓은 물컵을 보고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갑자기 머리속에서 '형 저 친구 좀 만나고 올께요.'라는 말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저도 모르게 욕이 흘러나왔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아......씨X.....뭔데...."
복도에서 둥그러니 서있던 저는 안방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심장이 터질것 같았습니다.
저는 항상 어디서든지 문을 꽉 맞물리도록 닫고 다니는 버릇이 있기때문에 바람따위에 흔들려서 문이 열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누가 일부러 열지않는 이상....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와.....나...ㅈ됐다.....'라고 말이죠.
혹시 물에 젖은 발소리 아시나요? 찰박 찰박.........찰발 찰박.......
저는 거실복도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었을때 안쪽 현관유리에는 저의 모습 뒤에 무언가가 함께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고요.
전 정말로 귀신도 믿지않고 무서움도 없는 당찬 놈입니다. 지금도 말이죠.
근데 그땐 정말......
당시 제 키가 170을 조금 넘는 키였는데 제 뒤로 비치는 그 형체는 언뜻보기에도 족히 2m는 되보었습니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인데, 뚜렷하게는 안보이고 사지를 축 느러뜨리고 서있는 검붉은 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