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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30 00: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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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왔을 당시로 돌아가 보면, 저는 그때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는데 비디오 대여점에서 하나씩 빌려 봤거든요
그때까지 봐왔던 용자물이나 로봇물들은 주인공들이 우정, 사랑, 용기, 근성만 있으면 곰같은 힘이 솟아나서 아무리 강한 적도 쿠광쾅쾅 이겨버렸어요
그런데 이건 첫화부터 인상 가득 찌푸린 주인공이 억지로 로봇(같은 뭔가)에 타서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죽을 듯 살 듯 싸우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갑자기 그런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 소년이 그렇게 되는 게 현실적이고 당연한 건데,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신기했어요
여자 주인공들도 나오는데 기존의 만화들처럼 그냥 옆에서 숨만 쉬면 서로 핑크빛이 물드는 게 아니라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뭔지 알 수도 없었고요
그냥 20년 지난 지금 보기엔 에이 흔하네 중2병이네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때는 전부 낯설고 새로웠어요
그 당시 저는 어렸기에 그런 작품들이 이전에 또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어린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죠
저는 에바를 덕질하지도 않았고 그 이후로 극장판들도 안 봤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1편을 보는 내내 입을 벌리고 있었고, 다 보자마자 바로 대여점에 달려가서 다음 편을 빌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