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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2 01: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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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을때.. 보리수열매가 그렇게 먹고싶었음..
엄마가 산에 나물따러 갔다가 가끔 발견하면 한두가지 꺾어다주던 시큼떫떠름한 보리수열매...
신랑한테 먹고싶다고 했더니 뭔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구해보겠다며 어떻게 생긴건지 모르니 같이 움직여달라고 함...
그렇게 재래시장 두어군데를 돌고 양양오일장에서 발견해서 사다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먹었는데 내가 먹고싶던 시큼떫떠름한 그 맛이 아니라 떫은맛은 없고 들큰한 개량형 보리수였음.
그게 얼마나 서럽던지 주차장에서 이거 아니라며 눈물을 그렁그렁 하고있으니 신랑은 좌불안석...
그 말을 지인들 톡방에서 하고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네 정원수에 보리수가 있다고 따다주겠다함..ㅋㅋ
그렇게 받은 보리수열매 밥그릇한공기 분량을 허겁지겁 다 먹음...
그리고 그 지인은 애가 태어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보리수열매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종종 따다가 가져다줌 ㅋㅋㅋ
우리 엄마는 87년도 2월쯤에 수박이 먹고싶다 하셨다고 함.
아빠는 그 한겨울에 수박을 찾으려 친구들까지 동원해 백화점이며 청과시장을 뒤지셨고 결국 청과시장 한 귀퉁이에서 삼만원짜리 어린애 머리통만한 수박을 발견하셨다고 함..
그 당시 아빠 월급이 15만원이라 3만원짜리 수박은 엄청 비쌌지만 아빠는 그걸 사서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심.
그리고 수박을 받아 든 엄마는 수박 윗머리만 잘라내고 그 자리에서 한통을 다 비우셨다 함...
수박 한통을 해치우신 엄마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빠를 향해 잘라낸 수박 윗머리를 집어들며 "...오빠...이거라도 먹을래..?" 라며 머쓱하게 말씀하셨다고 함ㅋㅋㅋ
87년에 샀던 그 삼만원짜리 수박은 내가 37살이 된 지금도 아빠의 무용담이 되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