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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2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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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net//
동일한 개념이나 대상에 대한 번역어라도 내포되는 의미나 뉘앙스가 다르거나, 단어가 다른 계열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비제는 노비제라는 거지요.
지금 답글을 보면서 확실해졌는데,
tynet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어느 한쪽이 우월하고 어느 한쪽이 열등하다는 이분법적인 상황으로 이해하고 계신 것 같네요.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는 바대로, 산업화를 겪은 서양인이 19세기 중후반의 조선에 방문한 뒤 '왜 조선인은 무기력한가'에 대한 화두에 대한 대답을 자기 나름대로 내린 자료이고,
이에 따라 의식의 흐름을 바르게 좇자면 '그러니까 조선이 열등하다'나 '조선이 낫냐 서구가 낫냐'와 같은 비교적인 상황이 아니라,
'조선이 열등하다고 여겨져왔으며 무기력하다고 말해지지만 그건 조선과 조선인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라는 것으로 봐야하며 여기에는 다른 나라보다 조선이 열등하다든지 우월하다든지의 비교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선인이 왜 무기력하다고 말해지고 있는가를 대전제로 두고 그 이유를 규명하는 차원이라고 보셔야지요.
대전제가 '조선인은 무기력하다'라는 것이 문제인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 방문기를 작성한 서양인이 그렇게 말했다기보다는,
당시에 일반적으로 그렇게 말해지고 있었던 것을 오히려 저 서양인이 반박한 것으로 이해해야 적절합니다.
'조선인은 무기력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조선인이 무기력하지 않다'라는 상반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요.
게다가,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합리화로 사용된 것이 '조선인이 무기력하다'라는 바로 그 대전제였으므로,
오히려 저 서양인이 저것을 논박해주는 입장에 있는 것이구요.
그 다음으로는,
처음에 지적했던대로 '그러니까 조선이 열등하다는 거냐'라는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로 인식하고 계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제가 말하는 것과는 다른,
말하자면 허공에 대고 '조선이 열등하지 않다', '비교적으로 서구와 조선의 경우는 다르다'라고 말씀하고 계셨던 것인데,
제가 이 이야기들을 구태여 반박하지 않은 것은 그것을 동의한다기보다는 마찬가지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애초에 그런 부분에서 꺼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허공을 두고 비판하고 있다'라고 말한거지요.
서구가 낫다, 조선이 부족하다, 라는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말하는게 아니라, '조선인이 무기력하다'라고 말해지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이유를 규명하는 차원의 이야기인 겁니다.
더불어서, 이분법적 대결구도라면 20세기 초까지 실질적으로 유지된 노비제도와 서양의 노예제도에 대해서 어느 쪽이 나은지, 혹은 어떤 성격의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하기에 적절하겠지만,
이 경우에는 '노비제도'라는 것이 조선인의 삶을 고단케 만들었고,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산업화에 대비할 수 있는 생산력과 재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로 보았기 때문에 굳이 서양의 '그것'과 비교해서 뭐가 더 낫다라고 말할 가치가 없지요.
tynet님께서 굳이 서양을 의식하고, '그래서 조선이 열등하다는 거냐'라는 뜬금없는 불만을 터뜨리고 계신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