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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1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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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긴 댓글] 저도 이런 꿈 꿔요...
무릎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잖아요. 애들은 관절염에 걸리지 않는다는 엄마 말에 관절염이란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어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달리기도 힘들고, 다른 애들처럼 재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걸 감추느라 애를 먹었어요. 대학교만 가면 될 줄 알고 체력장을 진짜 죽기 살기로 했어요. 대학교에 갔으니 이제 진단도 받고 치료도 받을 수 있죠? 붙잡지 않고는 일어날 수가 없어서 대학생활을 하려고 어쩔 수 없이 제가 무릎을 절개해서 다시 붙였다고요. 한 쪽은 제대로 된 것 같은데, 다른 쪽은 펴지질 않아요. 봉합을 잘 못해서 그런지 절개수술 때문인지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나요. 엄마. 진짜로 기억이 안 나요.
“관절이 아픈 병, 그래서 관절염이지. 관절염 그거 못 고치는 병이다.”
엄마. 기억이 흐려져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꿈속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지, 꿈밖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지 몰라서요.
“그러니까 그런 게 복불복이지.”
언제부터였는지 눈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해요. 점점 잘 안 보이더니 이젠 한쪽 눈이 안 떠져요. 아침에 송편을 사가지고 오는데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오른쪽은 안 보여요. 차 소리는 나는데 보이질 않아서 그냥 건넜어요.
“꿈속에서 눈이 안 보이는 건 흔한 일이야.”
이빨이 다 빠졌어요 치과 좀 데려가 주세요. 이걸 보세요 부서져 내려 헐거워진 이빨을 이렇게 대충 도로 끼워 넣고 살아요. 대학교 때 화장지를 뭉쳐서 보정기를 만들어 끼웠는데 아스팔트 타르로 고정한 보정기를 친구들이 보고 그게 뭐냐고 물었는데 빼서 보면 이렇게 검댕이가 가득해요. 부서진 이빨도 해체가 된 보정기도 조각조각 흩어져요 끝도 없이 흩어져서 자꾸만 내 목구멍으로 쏟아져요.
이런 꿈을 꾸는 대신 나는 엄마한테 혼나는 꿈을 꾸고 싶어.
“얼마나 아팠니 미친 것아. 병원 가게 얼른 따라나서지 않고 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