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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23: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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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6월 여름...한창 군생활의 막바지로 달려가던 병장 4호봉때였습니다.
제대를 두달 앞두고 이것저것 작업을 시켜대는 통에 불만이 많을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신나게 작업을 하고 있었죠.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이라곤 점심시간에 문득 집에 전화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때 전화를 했었으면 좋으련만...
다섯시께 작업을 마치고 중대로 돌아오니 중대 행정병이 저를 찾습디다.
"XXX 병장님, 집에서 전화왔었습니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공구리치느라 신었던 장화를 발로차 벗어버리고
맨발로 공중전화로 뛰어가 아버지께 전화를 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다음날 청원휴가를 신청하여 강원도에서 부안 시골까지 내려가는 6시간 반동안
다른 휴가때보다 버스시간도 딱딱 맞춰왔고 지체없이 내려왔건만
그날따라 버스가 왜그리 느리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려가는 차안에서는 내심 "9개월동안 휴가를 못갔으니 할머니가 나 보고싶어서 거짓말 한걸꺼야...제발..."
이라는 어이없는 상상을 하며 제발 아니길 빌며 내려갔지만
결국 제가 볼 수 있었던건 영정사진 하나 제대로 준비 못하여
엉성하게 합성을 한 할머니의 사진이었습니다.
돌아가신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길을 가다 돌아가실적 할머니 연세쯤 되보이시는
할머님들을 볼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나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분명 할머니도 제생각 많이 하시겠죠.
글쓴이 할머니께서도 글쓴이 많이 생각하실꺼에요.
그러니 할머니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대견해 하시도록 힘내서 잘사세요.
그리고 꿈에서라도 할머니 뵙거들랑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