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탱가탱가 놀다가 작년 2월 복학하기 직전에 학교에서 버스로 약 10~15분 거리에 조그마한 원룸 자취방을 얻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잡은 이 동네는 주변에 편의시설도 좋고 버스가 많아서 교통도 편리했다.
자취를 시작하고 2달 정도 지난 후, 사촌동생이 서울로 올라와 나와 잠시 같이 지냈다.
첫 사건은 이녀석과 같이 지낸 초기이다.
내가 이사올 때 쯤 사논 맨투맨 티셔츠와 험멜 숏 반바지가 어느순간 부터 보이지 않았다.
짐이 많다보니 어딘가 쳐박혀 있겠거나 집에 왔다갔다 할 때 두고 왔을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우리 집에 자주 왕래 했던 사람은 나와 당시 내 여자친구, 사촌동생, 동생의 여자친구 등 이었다.
전여친과 녀석의 여자친구는 키도 없었고 항상 내 허락을 받고 들어왔고, 동생에게는 키를 하나 복사해줬다.
옷 몇벌이 사라진 이후로 별다를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내 기억으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완전히 폐인 같이 지낼 때였다.
청소도 설거지도 안하고 빨레는 입을 빤쓰가 없을 때 쯤 간신히 돌려 살고 있었는데 정신좀 차리자 하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식칼이 보이지 않았다..... 식칼이...
뭐 특별하거나 비싼 것도 아니고 엄마가 이사올 때 사주신 그냥 레알 평범한 날 잘드는 식칼이다.
아니 이게 어디갔지? 하며 동생에게 물었다. 식칼 봤냐고
세상에 식칼 봤냐고 물어볼 일이 살면서 몇번이나 더 있을까 싶었다.
동생은 뭐 요리는 할줄도 모르고 맨날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녀석인데 칼따위를 만질 일이 전무했다.
우리는 약 10초간 정적이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거참 이상하네 라며 식칼을 사왔다.
그 다음은 동생이 드디어 집에서 나갈 겨울 즘이었다. 지 여친에게 선물 받은 뭐 나는 잘 모르는 반팔 티셔츠가 있는데
하나에 20만원이 넘는 게 있었다. 이걸 어떻게 빨아야지 하면서 나와 같이 고민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한다.
근데 그게 없어졌단다. 동생놈이 우리집에서 나가는 날 짐을 치우는 날 까지도 안나왔다.
찾으면 연락하겠다고 난중에 이근처 오면 소주나 한잔하자고 하며 배웅을 해줬다.
지금 까지 없어진 물건이나 옷들은 사용한지 꽤 지난 것들이었다. 맨투맨, 반바지, 식칼, 반팔티
그냥 장난식으로 도둑이 들었나? 라는 농담만 했을 뿐, 별다른 위화감은 느끼지 못했다.
동생이 나가고 새해가 밝았다. 정신없이 방학이 지나가고 새학년 새학기다.
꾸미고 잣이고 나는 첫주 내내 과잠바 안에 털달린 회색 집업을 입고다녔다.
그리고 다음주에 그 집업을 입으려 보니 없었다. 빨레가 한가득 쌓여있기에 아 저기 있겟네 싶어 빨레를 돌렸다.
빨레를 널고 집에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아니 내가 그 집업을 널은 기억이 없었다..
어라? 하며 집에 들어와 보니 역시 옷이 보이지 않았다.
이 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도둑이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제일 겉에 입은 옷도 아닌 과잠바 안에 입은 옷을 밖에서 흘리고 올리가 없었다.
순간 지금까지 사라졌던 물건들이 생각나며 의문이 들었다.
아니 도둑이면 책상위에 떡하니 놓여있는 몇만원 돈 현금이나 노트북 psp는 안훔쳐가고 고작 천쪼가리 몇개만 집어들고 나온거지?
집을 뒤져보니 그 외에는 사라진 물건은 없었다.
CCTV를 설치할까 싶었지만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문단속을 더 철저히 하자라는 생각에 열쇠를 꼭 2개다 잠궜다.
(이전 까지는 한개만 잠그고 다녔었다.)
사실 숨기고 싶었지만 이때 쯤에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내가 집에 내려가는데 여자친구가 지 친구랑 우리집에서 자도 되냐고 하기에 쿨하게 승낙해줬다.
그 다음날 나는 집에서 반찬이며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자취방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여친과 그녀의 친구는 내가 도착하기 1시간 전 쯤 집에서 나갔다. 그때 시간이 1시에서 2시 사이로 기억한다.
그녀들은 나올 때 키를 현관문 옆 (유량계라고 하나?)물 얼마나 썼는지 체크하는 함에 숨겨놨고
키를 꺼내서 집으로 들어와 담배를 피기위해 베란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못보던 라이타가 있더라
그녀들도 흡연자였기에 아 얘네가 와서 하나 두고갔나보네 라 생각하며 대수롭지않게 짐정리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여친이 우리집에 잠시 들렀는데 베란다에서 "라이터를 보며 못보던거네? 수원에서 가져왔어?" 라더라..
나는 너가 놓고간거 아니냐니깐 자기는 아니란다. 그 친구꺼겟지 라 생각하며 다시한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칠 후 담배를 피다가 아무래도 기분이 쌔 하기에 그 친구에게 라이터 사진을 찍어 보내며 물어봤다.
"이 라이터 누나꺼?"
"아니?? 왜?"
"헐 본적도 없어?"
"ㅇㅇ 뭔데?"
헐..........................................,,,,,......
어떤 대담한 놈이 그 1시간 가량 비어있던 집에 그것도 환한 대낮에 들어와서 담배까지 유유히 피고 떠났다는거 아닌가.....
나는 그 오밤중에 쓰지 않는 아이팟 터치를 이용해 cctv를 만들었다.
방 구석에 교묘하게 숨겨둬서 집안이 전부 촬영되도록
아이팟 cctv를 달아논지도 거의 3개월 쯤 지났을 텐데 아직 까지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이 얘기가 정말 소름 돋는 이야기인데 내 필력때문인지 별로 실감나지 않는 것 같다. 술 마실 때 얘기하면 반응 좋던데..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반말로 써서 미안합니다. 생각 없이 쓰다가 중간에 바꿀 자신이 없었다. 읽느라 수고했다. 감사하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