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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집 부수고 멘붕.
게시물ID : menbung_20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아도리
추천 : 1
조회수 : 11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0 13:01:04
사무실이 1층 상가인데, 저번주에 상가 문옆에 말벌이 왔다 갔다 해서 이상타 보니
열어놓은 사무실 문 뒤쪽, 사람 눈높이 정도에 집을 열심히 짓고 있더군요.
벌크기는 손가락 반절 만하고...집은 바구니형태로 밑에서 부터 쌓아올리는 도중이더군요.
 
지금 제일 후회하는게...그때 완전 제거 해버렸어야 됐는데..그러면 지금 멘붕까지는 안올텐데..
점심 먹다가 밥맛까지 없어져서 도져히 다 못먹겠다능.
 
그래서 집 더 못짓게 하려고, 그 조그만 집터 자리에, 물을 부었거든요. 그리고나서  멀리서 서서 지켜보니,
다시 돌아와서 한참 서성이다가 어디로 가버리길래. 아..포기했구나 하고 말았죠.
돌아와서 상황파악하는 장면 지켜보는데, 그것도 참 미안했었다능.
 
그렇게 잊혀진 존재가, 오늘 사무실 출입중에 벌이 한마리 쐥....엇 하는 순간 동시에 떠오를 생각. 혹시? 또?
하고 봤더니..
아..글쎄..기존 멈춰진 공사현장에 맞춰서 반원형 벌집이 똭.
흡싸, 무한도전 맴버들이 가끔 쓰는 반달형 가면같은 폐쇄형 반원이 벽에 착.
밑에 기존 부분은 바싹 마른 흙이고, 연결부분은 물기 머금은 진흙색이 확연히 구별되는것 보니,
어제 오늘 열심히 가져다 붙인모양.
 
순간 판단...말벌...가끔 보는 벌에 맞아 사람 죽었다는 기사도 생각나고,
어쩔수 없이, 부셔야 한다는 판단이 서더라구요.
 
논리정연하게, 일단 벌의 동선 파악. 조금 지켜보니, 눈으로 보이는 저 앞쪽 바닥에 물이 좀 고여있었는데,
거기서 입을 적셔서 집을 보강공사 하고 있더군요.
그넘이 자리를 떴다가 돌아오는 시간을 대충 파악하고,
다시 돌아옴..그넘...아니...어미..(그넘을 갑자기 어미로 부르는 이유는...여기서 부터 맨붕시작이에요.)
 
자리를 뜨자마자 후딱 붙어서
나뭇가지로
위에서 부터, 벌집을 강하게 스냅..
 
아...한방에 딱 안떨어지고, 위에서 부터 불규칙하게 부서지는데..
 
그 안에...애벌레들이요....아...진짜 멘붕온다.
 
근데..벌의 애벌레가 초록색인가요? 그게 지금도 좀 의아스럽긴 합니다.
 
2센티 미터 되는 애벌레들이 몇마리가..그 흙안에 또아리 틀고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이미 시작된 일이라...계속 손목은 스냅질 되고,
 
바닥에 흙과 번벅이 된 초록색 애벌레 몇마리.
 
순간 어미 벌 돌아올까봐, 뒷통수에 몰려드는 공포감.
 
바락에 떨어져서 꿈틀대는데...
 
아...정말 이거 못할짓이다.
 
내가 생명을 죽이고 있구나...그것도 어린 생명을...
 
그 와중에 다시 공포감.
 
시간이 다 된듯 해서, 바닥을 쓸어내지도 못하고 일단 물러서 있는데,
 
어미벌 도착...
 
한눈에 당황함이 보이더군요.
 
그 벽을 위 아래로 살펴보며, 한참을 떠나지 못하는데..
 
혹시 자기가 잘못 왔나, 아닌데,,여긴데,,여긴데 하면서 계속 맴도는 모습이..
 
정말..정말...아..
 
ㅅㅂ "벌레 한마리 못죽이는 성격" 이란 말이 있더만...제가 그 성격이더군요.(죽이긴 했지만 ㅜㅜ)
 
그냥 무작정 감정이입이 되 버렸어요.
 
자기 아이들이 가득차 있는 집이 순식간에 없어져버린, 자식잃은 맘은 벌레나 사람이나 같을텐데..
 
내가 그 짓을 했구나.
 
바닥에 꿈틀대고 있는 애벌레...그 와중에 제가 놀래서 발로 밟은 놈은 이미 파랗게 타일바닥에 으깨져 있고..
 
그것까지는 모르고 그 위에서 벽에서만 계속 맴도는 어미벌..아..ㅅㅂ.
 
결국 떠나더군요.
 
돌아와서 빗자루 들고 쓸어내는데..으깨진 애벌레 보며..정말..그 어머벌한테 몹쓸짓 했구나.
 
그리고 아까 그 손목 스냅질하며 나뭇가지에 걸로 으깨져 떨어지던 그 찰라의 제 느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 같습니다.
 
근데...벌 애벌레가 초록색인가요?
 
아시는분?
혹시 애벌레 먹이감으로 가져다놓은 녹색벌레? 그렇게 같이 벌집속에 파묻어 놓는건지?
 
참나..아..씨..
 
나이 마흔에 이런 멘붕을 겪을 줄이야..쩝..
 
미안하다..벌아. 혹시 손님이나, 나라도 쏘일까봐, 그리고 출입문 바로 옆이라, 너나 니 애들이 울 사무실 들어오면,
 
얼마나 불편한 일이 생길까 싶어서 그랬는데,
 
아직 집을 짓고 있는지 알았지. 벌써 그렇게 속에 많이 자란 애벌레들이 있을지 정말 몰랐다공.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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