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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사령관 취임식에서도 진상인 한국사람들
게시물ID : menbung_20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냐호
추천 : 5
조회수 : 101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6 09: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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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밀게에 쓸까 하다가 요즘 진상글들이 대세인것도 같고 개인적으로 너무 멘붕이어서 이곳에 씁니다. 

본인은 동두천에서 카투사로 근무했음. 나름 전투부대여서 힘든일도 많았지만 육군 야전부대간 친구들 얘기들어보니 역시 카투사는 꿀이었어요 

아무튼 때는 바야흐로 병장을 단지 일주일정도 됬을때. 대대장이 미국 본토로 떠나게 됨. 

이럴때 미군은 전대대장 송별회와 신대대장 환영회를 동시에 하는 아주 성대한 Change of Command (이하 CoC) 세레모니를 함.

모든 중대들의 사열식, 미2사단 군악대의 연주, 대포에서 공포탄 발사 (전 MLRS 여서 어떤 대포였는지는... 작았어요) 등등의 많은 볼거리가 있는 행사임. 

다행히도 나는 귀빈들 통역으로 빠져서 폭염속에서 각잡고 서있지는 않음. 하지만 신대대장 약력이 상당히 화려해서 (아프가니스탄 참전, 이라크 참전, 각국 공수훈련 참전, 그린베레출신) 엄청난 귀빈들이 오기로 함. 미8군 수뇌부는 물론 미공군간부 몇명까지... 사열대에 자리가 모자라서 천막치고 접의의자 펼치고 짬순서대로 자리배정하고 난리도 아니었음. 

때가되서 CoC날. 새벽부터 행보관에게 복장점검받은 나를 포함한 5명의 카투사들은 통역(이라 쓰고 안내원이라 읽는다) 임무를 수행하기위해 사열대에 자리잡고 섰음. 귀빈들이 올때마다 배정된 자리로 안내하고, 가끔 한국군간부와 미군사이에 대화도 통역하고. 미군 투스타의 안내를 맡은것 제외하고 일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음. 

그런데 뒤에서 어렷품이 들려오는 미취학아동의 웃음소리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음. 

순간 의아했음. 여기에 어린아이가 올리가... 하지만 그렇다면 저기서 엄마 두명의 손을 잡고오는 3명의 어린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이 외에도 도저히 군인으로 보이지 않는 중년 아저씨 한명과 할머니 한분, 도합 7명의 정체불명의 한국인들이 사열대에 자리잡고 앉기 시작함. 뒤따라온 미군 통역장교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옆동내에 위치한 우리와 자매결연맺은 한국군부대 대령님의 가족분들이란다. 특별히 쇼를 관람하고 싶으셔서 오셨단다. 

내쫒을수도 없으니 우리 안내원들은 정중히 옆자리로 옮겨달라고 부탁함. 사열대 옆에도 자리가 있으니 내려가달라고. 안됀다, 여기가 사진찍기가 좋다, 애들도 있는데, 이미 자리잡았는데, 내 남편이 누군줄 아느냐... 온갖 변명이 폭풍처럼 쏟아짐. 

다른 귀빈들도 오시는데 시간/감정 낭비하기 싫어서 그냥 자리배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때웠음. 마침 온다고 했던 몇명이 취소해서 자리여유가 있던 상태. 다행히도 행사가 시작할때 자리를 하나도 남김없이 꽉 채움.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이 민간인들은 행사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었음. 우리애기 목마르니까 물좀 떠다줘요 라는 한마디에 내가 제일 아끼는 후임이 30도였던 날씨에 뛰어서 왕복 5분인 막사로 물뜨러감. 행사가 진행되는중에 자기들끼리 깔깔거리지를 않나, 전체기립때 안일어나지를 않나, 하라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안하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지를 않나... 많이 티내지는 않았지만 행사에 참여한 미군들의 불쾌함을 느낄수 있었음. 

애들은 10분정도 되자 지겨운지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했고, 한놈은 들고있던 장난감을 사열대밖으로 던져버림. 자꾸 애들이 찡찡거리자 옆에있던 엄마가 날 가르키며 하는말 

"저기 군인형아 보이지? 형아가 놀아줄거야" 

내가 왜? 간부들 뒤치다꺼리도 벅차서 코흘리개까지 봐줄 여유가 없는데?

심지어 할머니는 아이들 달랜답시고 삶은계란 하나하나 까서 먹이고 계심. 

순간 내 어깨를 누군가 툭툭 침. 뒤돌아보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후임 한놈. 

"저... 송병장님... 원사님 오셨습니다..."

설상가상에 업무가 바빠서 취소했다던 원사 한명이랑 중령 두명이 늦게나마 찾아옴(떠나는 대대장이랑 상당히 친했음. 나랑도 가끔 일하고). 내가 맞이하러가니 자리가 없음을 보고 허허 웃으면서 늦었으니 서서 보겠다고하심. 내 마음같아선 애들 쫓아내고 않혀드리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문제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 

그렇게 나와 원사님은 대략 30분간 뒤에 서서 아이들과 아줌마들의 계속되는 추태를 바라봄. 자리가 없어짐에 계속 괜찮다 괜찮다 해주셨지만 행사를 계획한 나름 책임자였던 나는 죄송해서 죽고싶었다. 사실 이분과 중령 두분이 미군이고 나랑 친해서 망정이지 한국군이었으면 나는 영창행이었을것임. 

다행히(?) 행진중에 미군한놈이 열기에 쓰러져서 모두의 관심이 거기에 가는바람에 한국인들의 진상은 어느정도 잊혀졌지만 그래도 난 정말 보기싫고 미군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계속 걱정됬음. 

마무리 어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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