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 온양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고 있었습니다. 온양이 거의 종착역이다보니 자리가 많이 나 앉아서 편히 갈 수 있었습니다.
온양을 떠나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많아지자 어느새 빈자리는 다 채워지더군요.
그리고 곧 제 앞으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안경 쓴 어떤 20대 아가씨가 자리를 잡고 서더군요. 거기서 조금 더가니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또 제 앞에 서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아주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어나서 아가씨와 아주머니 사이를 빠져 나왔습니다. 전 당연히 아주머니께서 앉으실거라 생각했는데 곧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빠져나오자마자 이어폰을 낀 안경 쓴 아가씨가 바로 앉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어머니뻘 되시는 아주머니가 서계셨음에도 말이죠. 자리에 앉더니 아무일 없다는듯이 시선을 스마트폰에 두고 뭔가를 하더군요. 그 모습이 참 시크해 보이기는 개뿔 한심해 보였습니다.
자리를 양보하려던 그 아주머니께서도 '마치 이 자리는 내꺼야' 라는 느낌으로 여유있게 앉으려는 모션을 취하셨다가 그 이어폰 아가씨가 앉아버리니 민망해 하시는 듯보였습니다.
전 뭔가에 세게 맞은듯한 충격을 느끼고 차차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제가 앉았던 옆의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어느 고령의 아주머니께서 제 얼굴을 한번 보시더니 그 이어폰 아가씨를 어이 없다는듯이 웃음을 지으시면서 바라 보시더군요.
저도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그 고령의 아주머니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도 이어폰을 끼고 있었던지라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청년이 아주머니를 위해 자리를 양보했는데 정작 자리에 앉은건 아주머니가 아니라 젊은 아가씨니간 자리양보자인 자네가 젊은 아가씨에게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하셨습니다.
그 할아버지도 어이없는 사태에 화가 나셨는지 한참을 혼자 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자 그 옆에 고령의 아주머니께서 할아버지를 말리시더군요. 그 모습으로 봐서 두분이 부부사이로 보였습니다. 그 말씀에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히 할아버지 말씀이 맞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실 이어폰 아가씨한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민망해 할까봐 망설이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말씀도 있고 해서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고 있던 그 아가씨 앞에 손을 가져가 흔들어 그 아가씨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가씨가 무슨 일이냐는듯 저를 쳐다보더군요.
저(옆의 아주머니를 가리키며) : 아가씨 이 자리 원래 이 아주머니께 양보해 드린건데 아가씨가 앉은거네요.^^;;;
그러자 그 아가씨가 시크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그 아주머니가 앉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아가씨가 일어나자마자 또 다른 어떤 약간 젊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잽싸게 자리에 앉아 버리더군요. 마치 아주머니들 자리쟁탈전 할 때 엉덩이부터 들이미는 그 모션...딱 그 모습 그대로 엉덩이부터 들이 밀고 자리에 딱!
순간 상황을 전부터 보아오던 자리 주변의 몇몇분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시더라고요. 어이없기도 하고 웬지 웃기기도 하고...
주변이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강탈한(?) 아주머니 역시나 별 일 아니라는듯 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그런 눈치는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웬지 측은해 보였습니다. 꼭 그런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서라도 앉아서 가고 싶은건지 저로선 이해가 안가더군요.
분명 그 아주머니도 그 전 상황을 분명히 인지는 하고 있었을텐데...제가 이어폰 아가씨에게 말을 한걸 보았더라면 최소한 그 자리가 본인의 자리는 아니구나...라는걸 말이죠.
원래 자리를 양보하려던 아주머니께서도 저에게 고맙다고 이제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에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려려니 하고 있는데 제 옆의 옆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에게 아가씨 민망하게 왜 그런말을 하냐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더군요.
순간 뭐지...하고 있는데 저에게 말씀하셨던 할아버지께서 그 아저씨에게 이전 상황을 설명하시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 하지 말라고 저를 대변해 주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아저씨는 계속 뭐라고 하고 이에 할아버지는 흥분하셔서 시비가 생기려고 해서 제가 할아버지를 말리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습니다.
곧이어 내릴 역이 되서 내리려고 문쪽으로 가 있는데 그 이어폰 아가씨와 원래 자리를 양보해 드리려던 아주머니도 내리려는듯 제쪽으로 오시더군요. 그 이어폰 아가씨는 역시나 주변엔 무관심하듯 서 있었고, 아주머니께서는 저에게 뭔가 말을 할 것처럼 저를 의식하시다가 내리기 바로 전에 제게 다시 고마웠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저도 인사 드리고 내렸습니다.
뭐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아쉬운건 젊은 사람들 중엔 자리양보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개중엔 주변에 무관심하게 있는 사람들도 많은거 같네요. 제가 자리양보 할 당시 그 아가씨가 주변만 인식했더라도 본인보다 어른이 계시다는걸 알았을테고 자리에 앉지 않았고 그로 인해 어른분들에게 자리가 돌아갔을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