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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의 멘붕썰
게시물ID : menbung_21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실이
추천 : 7
조회수 : 143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01 13: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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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올해로 딱 십년차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십년동안 다양한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했어요
 
십년전 처음 교사 생활 했을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니 초임교사 시절보다
지금 더 아이들을 보내시는 부모님들때문에 멘붕이 오는듯 합니다 ㅎㅎ
 
몇가지 이야기를 해볼께요~
 
일단 첫번째
이렇게 더운날, 여자 아이들은 머리도 길고 땀도 많이 흘려요
집에 가기전에 늘 제가 머리끈으로 휘황찬란하게 땋고 묶어서 집으로 하원시킵니다.
다음날 아침, 산발을 하고 눈에 눈꼽을 달고 어린이집으로 옵니다.
오후에 하원시키면서 다시 머리를 곱게 땋고 묶어서 보냅니다.
다음날 아침, 또 머리를 곱게 풀어헤치고 등원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 일과중에 하나가 여자 아이들을 불러 모아놓고 머리를 묶습니다.
아침에는 세수와 양치질은 시켜서 등원시켜주세요 ㅠㅠ
 
두번째
전날 하원하기전 곱게 땋고 묶은 머리 그대로~~~ 등원합니다.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바로 등원하는 거죠
근데 지금 여름이잖아요 ㅠㅠ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리는데 그... 머리 냄새가....그 머리 떡지는게 정말... ㅠㅠ
귀여운 아이들이라지만 냄새와 떡진 머리는 정말 저도 힘들거든요 ㅠㅠ
심하면 금요일에 묶여서 보낸 머리를 월요일에 고대로~ 이리저리 잔머리가 삐져나와 산발인 상태로 다시 등원하기도 합니다.
거짓말 같죠? 근데 정말이에요 ㅠㅠ
이런 아이들의 수첩에는 어머님의 메모가 있기도 합니다.
아침에 세수도 양치도 못시켰으니 좀 해달라구요 ㅠㅠ
 
세번째
아이가 열이 납니다.
근데 아이들은 자기몸에서 열이 나도 놀땐 잘 놀아요
친구들이랑 이리뛰고 저리뛰다보면 아픈것도 잊어버리나봐요
그러다 서서히 열이 끓기 시작해서 펄펄 난리가 나면 그제서야 몸이 축 늘어지고 기운을 못차립니다.
솔직히 교사도 사람이다보니 좁은 교실에서 아이들 15명을 일일이 다 눈으로 케어하기가 불가능해요
아이가 아프면 일단 휴식영역의 쿠션에 눕히고 계속해서 체온계로 아이의 체온을 체크해줘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중간중간 텀이 생기고 저는 아픈 아이의 열체크를 하느라 바쁘거든요
 
그런데 정말... 집에 계시는 어머님들 ㅠㅠ
아이가 아프면 집에서 봐주세요 ㅠㅠ
집에서는 잘논다고 해열에 먹었으니 열 다 떨어졌다고 보내시는 어머님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계세요
그리고 수첩에 시간마다 열체크해서 적어달라 하시고... ㅠㅠ
아이는 아프고 몸이 힘드니까 울고불고하고 전화로 아이가 힘들어한다 오셨으면 좋겠다고 연락 드리면 일보고 있으니 곧 가겠다 하시고 하원시간 맞춰서 오시기도 하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한 아이가 열감기로 고생하면 다른 아이들이 차례로 열감기에 걸립니다ㅠㅠ
그럼 다른 어머님들은 어린이집에서 열감기 옮겨왔다고 뭐라고 하시고 ㅠㅠ
 
네번째
가족여행을 가신다며 몇일 결석하겠다 하십니다.
제 기억으로는 보라카이로 가신다고 했어요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신다고 화요일에 등원시키시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잘 다녀오시라고 했어요
주말지나고 월요일 아침 9시쯤~
어머님이 잠에 취한 아이를 안고 오셨어요ㅎㅎㅎ
인천공항 도착하자마자 집도 안들리시고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러 오셔서는 가방 안가져왔다고 도시락 없으니 어린이집것으로 먹여달라 하시고 가시네요
아이는 어른도 힘든 밤비행기타고 왔으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ㅠㅠ
잠에서 깨자마자 엄마, 아빠 찾으며 통곡....ㅠㅠ
 
다섯번째
한참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로 매스컴이 시끄러웠던때
아침에 등원하자마자 저희반 남자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아빠가 선생님이 나 때리면 죽여버린대요."
 
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순수하고 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엄마, 아빠가 무심코 내뱉은 이야기들을 정말 선생님에게 미주알 고주알 다 이야기합니다.
특히 부부싸움은 아이들 앞에서 하지 마셔요 ㅠㅠ
주말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면 정말 각 가정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저는 모르고 싶지만 다 알게 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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