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름대로 급하게 폰으로 정리해서 반말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br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려고 맨 뒷자리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지점에서 흰색 런닝에 슬리퍼를 신으신 아재가 탔는데 맨 뒷자리 가운데 자리에 앉은 여성분을 힐끔보더니 나와 그 여성분 사이에 앉았다. 그 뒤에도 그 아재는 여성분을 몇 번 훑어 보더니 여성분께서 기분이 나쁘신지 오른쪽으로 붙었다. 그리고 그 아재는 폰을 꺼내어 음악방송 여아이돌 그룹을 소릴 켜고 보기 시작했다. 노래소리가 점차 커지자 앞좌석 사람들도 하나 둘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끝내, 나는 소리 좀 낮춰주세요 라는 말을 건냈다. 옆에 앉았기에 불편했을까. 그 아재는 덥다고 땀보라는 등의 이상한 소리를 해대다가 내 앞의 두명앉을 수 있는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자꾸 덥다고 궁시렁대며 욕설도 몇 번하며 자기 옆 창문과 앞 창문을 재빨리 열어 창문이 부딪치는 소리에 아재 앞에 앉은 분이 자리를 피하셨다. <br />가는 도중 그 아재는 바깥에 침을 두어차례 뱉기도 했고, 방금 타신 아주머니가 아재 옆에 앉으려하자 다리를 올려 앉지 못하게도 하였다. 계속 궁시렁거리며 욕을 하더니, 뒤의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오신 여성분과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여성분, 그리고 나에게 폰으로 야동을 틀어주었다. 여성분들은 모른체하며 황급히 이어폰을 꼽고 폰을 보려 했다. <br />아, 더이상 못참겠다 싶어서 폰의 메모로 옆에 계신 분에게 버스가 몇 번인지 물어보고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혹여나 나에게 해를 끼칠까, 그 자리에서 신고는 못하고 앞으로 가서 앞좌석에 서서 112에 전화 후 통화를 했는데 잘 안들린다 말씀하셔서 정거장에 내린 후 설명하였다. 화가나고 분한 나머지 설명을 조리있게는 하지 못했지만 의미 전달은 분명히 하였다. 경찰 분께선 "그렇게 해도 가만히 지나갈 수 있기때문에 실질적으론 출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피해자가 아니면 안되냐는 말입니까" 라고 물으니 "예 그런셈이죠"라 대답하였다. <br />그렇게 내가 겪은 상황 자체는 마무리 되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말이다. 아재가 야동을 틀어줄 때, 난 받아친다, 가만히 있는다, 회피한다(버스에서 내린다)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한건 공격을 통한 회피였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결국 그 당시 사진을 찍지도, 동영상을 찍지도, 그 아재에게도 옆에 계신 여성분께도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한 마디한거라곤 아이돌영상 소리좀 낮춰달라고 한 것 뿐이였으니... 나에게 피해가 오는 것이 두려워 했던 마음들과 상황을 도망치려 하였고 당황한 나머지 처신을 제대로 못한 방관자가 된 것 같았다. 끝내는 나 조차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