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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겪은 갖은 멘붕 썰
게시물ID : menbung_22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rick!!
추천 : 2
조회수 : 12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4 1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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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어머니께서 횡단성 척수염 증상을 보이셔서 입원하시고 하반신을 못 움직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모 대학병원에 입원 하셨고 저는 그날로 바로 본가로 내려가서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간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오전에 일하러 가시고 오후에 일 끝나고 돌아오셔서 병원에서 어머니랑 같이 주무시고, 저는 집에서 잤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에 가고, 아버지 출장 가시면 제가 한 2~3일 꼬박 병원에 있고 하는 생활을 1달 조금 넘게 했습니다. 

횡단성 척수염이라는게 척추에 염증이 생겨서 그게 신경을 압박해서 하지 마비요통하지의 근력약화괄약근 기능 이상감각 이상근육긴장 이런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는 응급실에 입원하실때는 왼발 오른발을 다 못움직이시고 괄약근에 이상이 생겨서 대,소변이 안나오는 증상까지 생기셔서 소변줄에, 대변은 광장으로 빼야 하는 증상까지 생기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5일동안 맞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덕분에 대,소변은 10일정도만에 어느정도 자력으로 해결 하실 수 있었던겁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양 다리는 누워서 제대로 들지도 못하셨습니다. 이게 한쪽 다리는 힘은 있는데 컨트롤 자체를 하지 못하셨고, 다른 한쪽은 딛는건 되는데 힘이 없어서 휙휙 꺾이며 서지를 못하셨습니다. 

5일간의 고용량 스테로이드 처방 이후에 재활의학과로 전과 되었는데 신경과에서는 스테로이드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제 염증은 가라앉았고 남은건 신경이 되돌아 오면서 다리의 기능적 향상에 주력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이 다리를 못움직이면 어떻게 하나 는 생각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이때 저희는 응급의학과 병동에 있었는데요. 원래라면 재활의학과 병동으로 내려가야 했지만 재활의학과 병동이 꽉 차 있는 상태여서 그냥 응급의학과 병동에서 머물렀습니다. 재활의학과는 원래 입원이 28일밖에 안되고, 28일 후에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 됐습니다. 그래서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한 10일 있다가 재활의학과가 병동 자리를 옮긴다고 몇일, 응급의학과 병동도 자리를 옮긴다고 몇일 기다리다보니 그냥 옮기기도 귀찮고 해서 저희는 그냥 재활의학과 병동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응급의학과 병동에서 퇴원때까지 병실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응급의학과 병실에서 재활 치료하러 하루에 2번 오전, 오후로 내려가는것 말고는 계속 응급의학과 6인실 병동에서 생활하다보니 정말... 정말 많은 볼꼴, 못볼꼴을 봤습니다.



지금 처음으로 생각나는건 일단 한 간병인인데요 어떤 할머니가 치매 증상으로 병실에 입원 해 계셨었는데 그 할머니 간병인이라는 사람이 정말...

할머니 치매증상이 좀 심하셔서 밤에 잠도 안주무시고 대소변도 못가리시고 하셔서 밤에 병실 사람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똥을 싸시면 냄새때문에 병실 사람들 다 피난 가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걸 다 감안하고라도 이 간병인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할머니랑 싸우고, 할머니한테 말 못할 협박에(협박의 수위가 좀 심해서 따로 글로 쓰기조차 좀 힘들 정도네요) 자기 밥 먹으러 간다고(간병인용 식당이 따로 있는거 같더군요, 거기 안가고 그냥 자기가 싸온 도시락 드시는 간병인분들도 계셨지만요) 할머니 식사 왔는데 할머니는 드시지도 못하고 1시간 넘게 기다리시기도 하고, 또 할머니 자식분들이 오셨을때는 자기가 얼마나 할머니 잘 대하는지 말하면서 할머니 증세가 심해서 힘들다며 슬쩍 뒷돈 요구까지 하더군요.... 일이나 잘 하고 그러면 모를까 참...

결국 입원 1주일만에 못한다고 그만두고 나가버리고 할머니 막내 딸이라는 분이 오셔서 2일정도 병 수발을 들고 퇴원해서 무슨 요양 병원으로 가셨는데, 참 놀랐던건 그 할머니 따님분이 병 수발을 드실때는 할머님이 또 밤에 잠도 잘 주무시고 정신이 많이 맑아지셨습니다. 



또 생각나는건 어떤 가족인데요 크... 한 할머님이 당뇨로 고생하시다가 병원에 입원 하셨는데 발가락이 썩어 있었던겁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남편이라는 분이 계신데도 발이 썩은걸 모르다가 병원에 와서 한쪽 발에 발가락을 다 절단해야 되고 다른쪽도 2개를 절단해야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던겁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자기 와이프 발가락이 썩어 가고 있는것도 몰랐던거죠... 할머니는 당뇨 합병증으로 눈도 많이 어두워지셔서 자기 발가락이 썩고 있는것도 모르셨던거구요. 

6인실이라는게 프라이버시라는게 존재 할 수 가 없는 곳이다 보니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쪽 가족은 여러가지로 대단하더라고요. 남편분은 말 하는게 자기는 지금까지 애인이 몇명이나 있었다(ㅡㅡ;;)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시고 가끔식 찾아오는 할머니 자제분들은 할아버님을 많이 원망하면서 싸우고, 다음날 할머니 발가락 절단 수술이 있는데도 남편분은 자기 지갑 잃어버려서 90만원 잃어버리셨다고 저나 다른 환자분들, 그 가족분들, 간병인들 붙잡고 울고 불고 하며 지갑 좀 찾아달라고 하시고... 

수술 끝나고는 다른 병동으로 트랜스퍼 되셔서 다른 이야기는 못들었지만 어머니 모시고 다른과에 진료 받으러 가다가 한번 남편분을 마주쳤는데 지갑 돈은 없었는데 그래도 찾았다고 밝에 웃으시면서 저한테 말 거시던거 아직도 못 잊겠네요 ;;;



이 외에도 응급의학과 병동이다 보니 별의 별 일을 다 봤었네요. 저희 병실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한 환자분 상태가 안좋아져서 병동 내 처치실에서 의사분이랑 간호사분들이 CPR 하면서 사람 살리는 모습도 봤고. 어떤 부자분 사모님이 잠시 입원하셨었는데 남편분이 1인실(응급의학과 병동에도 1인실이있더라고요)로 가자고 하시는데도 그냥 5인실(이사간 새로운 응급의학과 병동은 6인실이 없고 5인실밖에 없더라고요)에 있는게 낫다면서 저희 어머님이랑 말동무가 되 주신 사모님도 계셨고요.


이런일 저런일이 있었고 저희 어머님은 한달간의 입원기간동안 첫주에는 누워서 다리도 못드시다가 퇴원해서 다른 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하실때는 다리에는 보조기를 차시고 워커라고 네발달린 기구를 이용하시면 어느정도 걸을 수 있으실 정도로 많이 나아 지셨습니다. 다른 병원에 입원하셔서는 한 두달정도 만에 워커를 버리시고 지팡이를 짚고 걸을 정도로 나아지셨고, 5월정도에는 지팡이도 버리셨고 6월 중순에는 보조기도 떼시고 걷는 정도까지 많이 회복이 되셨습니다. 약간의 다리저림과 아직도 약간 걸으실때 뒤뚱거리는게 있기는 하지만... 정말 작년에 어머니가 다리를 움직이지도 못하신걸 봤을때의 절망감은 어느덧 희망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신경과에서 초반에는 원인불명의 횡단성 척수염으로 진단을 받았었는데, 초반에는 척수염의 범위가 척추 3~4개까지 있는 많이 넓은 척수염이라 다발성 경화증, 시신경 척수염일수도 있다고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했었는데 다행이도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신경과에서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알레르기성 횡단성 척수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밭에서 딴 채소에 고양이나 개 등의 분뇨에서 나온 기생충이 이런 일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이랑 저는 많은 낙담을 했습니다. 같은걸 드셨는데 아버지는 왜 안걸리셨냐고 물어보니까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쨌든 요즘 어머님은 야채는 빡빡 씻어서 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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