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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운영할때 너무 죄송해서 멘붕왔던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22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타나무
추천 : 5
조회수 : 85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5 0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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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많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글을 써봅니다.




한국에서 식당 일해본적도 운영해본적도 없는데

어쩌다보니 덜컥 100평짜리를 맡게되었었죠.

당연스럽게 잘 안됬는데

그래도 횟집이라고 바쁜 날들이 있었어요.

조금 바빠도 전체적으로 진두지휘 한답시고 어떻게 해서든 소화했는데

정말 그날은 너무 바빠서 주방도 엉망이고 홀도 엉망이었어요.

그래도 소화할수 있을거라는 억지가 있었지요.


오우 9시쯤인가.. 시간도 제대로 볼수 없던 시간에

갓난 아기를 카시트에 데리고 젊은 부부가 들어왔습니다.

자리는 있었지만 주문은 30분 후에 받을수 있으니 죄송하다고 양해를 부탁드렸습니다.

너무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할수 없어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30분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아.. 보통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다들 나가시는데..

다른 분들도 그럴때 있으신지 모르겠어요.

괜찮으니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시는 손님들 얼마나 감사하던지...

애기도 자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아기까지 있는데 입구에서 기다리게 하는것 보다는

지금 비어있는 자리가 있으니 조금이나마 편하게 기다리시는게 낫겠다 싶어서

자리를 안내해드리고, 말씀 드린데로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고 방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네.. 조금 값 나오는 횟집 운영 했었어요. 방만 있는 횟집이요. 그래도 계산상 막횟집이랑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다른 주문들을 정신없이 정리해가며 날라다 주며 주방에 계속 명령하고.. 정신없었죠.

시간이 꽤 지나면 보통은 손님들이 확인하는데 이 부부는 조용한거에요.

점잖은 젊은 부부죠. 아기까지 조용하니 감사했고요.

약속 보다는 조금 일찍 주문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문을 열며 너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서 주문을 받겠다고 말씀드렸지요.

바쁜거 소리로 알겠고, 들어오면서 봐서 안다고 괜찮다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벌써 메뉴 다 고르셨고 똑 부러지는 좋은 목소리로 주문을 해주셨어요.

감사하다고 하면서 주문을 받고 나오자마자 주방에 주문을 넣고...

그때부터 하필... 주방에서 난리가 납니다.

보통 주문 하나에 나오는 큰 요리가 10가지인데..

어디에 어떤 메뉴가 나간건지 방마다 확인을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진거죠.

제가 뭔가 잘못한거였겠죠. 전체를 다 알고있어야 했는데.. 복잡해졌다고 기억이 안나니..

저도 같이 방마다 문을 열며 이상한 핑계를 대며 나온 메뉴들을 확인하고 그와중에 홀과 주방은 정신없었어요.

주방에선 메뉴들이 나오는데 갈곳을 잃어버리고, 어딘가는 같은 메뉴 두개씩 나가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확인하고

여기저기 방들에선 술 주문 들어오고, 그날 몇병은 무료로 나갔을거에요.

그러는 와중에 젊은 부부를 신경쓰지 못했어요.

분명 주문을 주방에 넣었고, 초반 메뉴가 방에 들어간거 까진 기억하는데 그후로 기억이 안난거 같아요.

초반에 잡다한거 나가고, 해물 세트까지 나간거 같은데 언제 갔는지 그후에 더 들어갔는지 확인을 안한거죠.

못한게 아니라 너무 조용하니 문제 없을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제 잘못이 컸죠.

어쩔수 없이 문을 열고 뭐가 나갔는지 확인하면서 다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도 너무 감사한게, 또 괜찮다고 하시는거에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그분들의 입장이라면 짜증을 냈을거에요.

해물 세트는 깨끗하고 다른 그릇들도 깨끗한거에요.

속으로 헉!! 큰일났다! 라고 생각하고 방에서 나와 바로 주방에 명령을 내리다 싶이 했는데..

아직 다른 주문들 빼느라 거긴 빼지 못한다고 답을 합니다.

사실 주방이 정신없던 이유는 직원이 터무니 없이 모자랐어요.

한달에 몇번 바쁜데 그날들만을 위해서 직원을 충분히 채우기에는 그 바쁜 날들의 횟수가 너무 적었어요.

그래서 주인이 주방을 지휘해야 한다고 다들 그러시죠. 맞는 말씀들이에요.

나오지 않는 메뉴, 아직도 다른 방에 들어가야 하는 메뉴들..

초조해지지만 어떻게 할수가 없었고..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아무리 그 부부가 배려심이 깊어도 다른 방의 메뉴를 새치기 식으로 넣어 드릴수가 없었어요.

다른 손님들도 손님인데, 순서대로 나가기는 해야하고 순서를 바꾸면 또 복잡해질게 뻔했어요.

또 나간 메뉴 아직 안나간 메뉴들도 계속 확인하니 아주 정신을 쏙 빼놓는 상황이 되버렸죠.

주방과 홀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또 부부 손님을 신경쓰지 못하게 되었죠.

결국엔 부부손님 방의 문이 열립니다.

그때 기억으론 남편분은 자리에 앉아계셨고,

부인분은 아기를 안은채 문을 열고 저를 부른후 서성거리고 계셨어요.

차라리 화를 내시면 저도 확실하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뭐라도 변명을 했을텐데..

부인분이 화를 참는 목소리로 더이상 안될거 같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아기를 안고 저녁 9시에 어딘가 갔다 오는 길에 들어온 식당인데..

그 시간에 집에 가서 저녁을 해먹기엔 피곤하고 편하게 맛있게 먹고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처음에 나온 초반 메뉴는 배를 채울수는 없는 메뉴들을 주고서..

그후엔 메뉴가 나올 소식도 없고 너무 오래 기다린거 같아서...

그냥 가야 할거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대화 내용이 다 기억 나지는 않지만..

뭔가 잘못되면 저는 손님들께 할인을 드리거나 심하면 죄송하다고 하고 계산하지 않겠다고 해왔습니다.

그 젊은 부부 손님들께는 정말.. 할말도 없고 너무 죄송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은 계산은 받지 않을것이고 다음에 조금 더 운영을 잘하고 있을때 오시면 할인을 드리겠다고 했는데

그때 부인께서 하시는 말씀 때문에 더 죄송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미안하지만 너무 실망이어서 저희도 계산 할수 없을거 같아요" 라고 했던거 같아요

보통 화난 손님들은 "미안하지만" 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데.. 아니 안하셔도 되요. 저희가 잘못하면요.

정말 그때는 그 말 때문에 얼마나 죄송하던지요.



그 부부가 오늘 얼마나 바빴으면 아기를 데리고 이시간에 왔을까..

그런데 초반 메뉴만 나오고 그후엔 무소식이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이제 막 맛있는 메뉴들이 나올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나가실때 어떻게 나가셨는지 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도 안나요.

주문하셨을때, 메뉴가 나오지 않았을때, 미안하지만 이라고 하셨을때, 제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을때..

그때의 모습들이 제일 기억나요.  몇년 전이지만 아직도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에요.

그날은 몇번의 멘붕상황이 와도 견디다가 그 부인의 "미안하지만" 이라는 말에 정말 이상한 멘붕이었어요.

그 부부 손님 이후에 기억도 없으니까요.



많은 생각들이 그때도 제 머릿속을 맴돌았고..

아직도 다른 손님들보다는 그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누가 봐도 좋은 부부인데 제가 그날을 망쳐버린거죠.

너무 죄송해서 이렇게라도 그냥 제 속마음을 털어놓는 거에요.

이런다고 달라지는건 없는데.. 다시 잘 할수 있는것도 아닌데..



저도 참 가식적이죠.. 그때 잘했으면 될것을..

그 젊은 부부께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라도 글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성함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몰라요.

그분들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있다면 정말 죄송했다고 다시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억에 없으시다면 잊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제가 지금은 식당이나 그런 사업은 안하니까 다행이에요.

기억의 순서나 내용들이 조금 뒤죽박죽일수도 있어요.

이 글 읽으신분들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고요,

욕하시면 달게 듣겠습니다. 잘 하지도 못할걸 알고도 했던 사업이었으니까요.

한번쯤은 식당을 했던 사람이 이런글 쓸수도 있다는걸, 이런 마음도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해서 써봤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제가 잘못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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