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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아줌마
게시물ID : menbung_23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맘에안듦
추천 : 2
조회수 : 193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8/25 17: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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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종로구 어느 산동네에서 자취하던 시절이었다. 5~6년 쯤 전인 것으로 기억한다.

전세는 그 때도 귀했던 터라 내가 가진 돈으로 전세를 얻으려면 산동네, 달동네, 옥탑, 지하 뿐이었다.

지하는 절대 안되겠고 .. 그나마 내부는 살만한 산동네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주소상으로는 1층인데 입구는 지하고 창문은 1층인 요상한 구조였다. 내리막에 건물을 세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덕분에 주차장에 나 있는 창문으로 옆집 아저씨가 담배를 피며 항상 우리집을 들여다 봐서 그 창문은 늘 닫혀 있었고 난 내 집에서 마음대로 벗고 다닐 수도 없긴 했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계약서를 쓰는데 기가 무척 쎄보여도 웃으면서 친근하게 대하려고 해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집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한 1년 정도. 

본인은 주말에 바쁘고 평일에 쉬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날이 따뜻했고 그래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던 평일 휴무날이었다.

'똑똑'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솔직히 혼자 사는 집에 누가 올리도 없고 나는 교회나 뭐 팔러 오는 사람이겠지 싶어 가만히 있었다.

'띵동'

이번엔 벨을 눌렀다.

두어번 그렇게 벨을 누르다가 조용해져서 이제 갔나보네 하고 마저 남은 잠을 자려고 숙면 모드에 돌입하려는 순간




' 딸깍, 덜컹 '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현관으로 뛰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집주인 아줌마였다.

어떻게 들어왔냐 물으니 자랑스럽게 마스터 키를 들어 보여줬다.


- 열쇠로 저희 집 문을 따고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 아니, 요즘 물세가 많이 나와서 어느 집에 물이 새는 지 좀 보려고 그랬어. 왜 집에 있으면서 대답도 안했대.


우리는 건물 자체에서 물세를 n/1 해서 냈고 아주머니는 아주 당당하게 내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집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이거 주거 무단 침입이에요!!

- 아니 내 집에 내가 들어오는데 무슨 무단 침입이야??? 이상한 아가씨네?????


바락 소리 지르더니 마음대로 화장실에 가서 수도꼭지며 변기통을 들춰보더니 

여긴 아니네 하면서 옆집으로 갔다. 

옆집은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

아주머니는 그 집도 벨 두번 누르더니 키로 열고 들어갔다.

나는 뒤를 따라 다니면서 소리를 쳤다.

- 그 집에는 들어간다고 얘긴 하셨어요???

- 내가 왜 얘길 해!!!

-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요!! 저 없을 때도 이렇게 문따고 몰래 들어왔었나요??

- 내가 집주인이라고!!!!!!



아주머니가 들어가지 못하게 옷을 붙들자 나를 홱 뿌리쳤다.

나는 너무 열이 받아서 소리쳤다.


- 저하고 계약서 쓰셨죠! 2년동안 저한테 전세로 넘겨주신 이후로는 제 집이구요, 아주머니가 마음대로 열고 들어올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 내 집이야!!!!! 내가 어렵게 돈 모아서 산 내 집이라고!!!! 니가 뭔데 니 집이라고 그러는거야?!! 아악!!!!!!!!!!!!




아줌마는 소리를 지르다 못해 비명을 질렀고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나와서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나가라고 우리집에서 나가라고 꽥꽥 대는 주인 아줌마를 가족들이 끌고 갔고

그 날 집에 와 자초지종을 듣게 된 옆집 아줌마는 ' 일찍 남편 여의고 애들 억척스럽게 키우면서 모은 돈으로 산 건물이래. 얼마나 애착을 가졌으면 그랬겠어. 그냥 참어 .. ' 라고 얘기 하셨다.

그 후로 나는 아주머니와 얘기한 적 없었고 이사를 갈 때도 그 집 딸과 연락을 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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