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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5년차의 이모저모 4
게시물ID : menbung_23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재와빨강
추천 : 7
조회수 : 10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08 18: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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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만약 삶이 너에게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던져주면, 넌 그걸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레모네이드 하나만으로는 안 되나 봅니다.
까달스러운 분들을 위해 레몬쿠키, 레몬차, 레몬케이크 까지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거 같아요.
 
1
 
 
어느 서비스업이든 블랙리스트는 한 분씩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장마다 다르겠지만요.
 
제가 일하는 매장의 경우는 프랜차이즈입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여러 군데가 있겠죠?
A시 라고 하겠습니다. A시에 동일한 브랜드가 몇 개 있는데, 사장님들끼리 전부 알고 지내십니다.
마주칠 때마다 서로를 까내리기위해 눈에 쌍심지 켜고 기싸움 스크래치를 내시는 분들이지만 잘 지내는 거 같습니다.
 
특징이 있다면 A시 전체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모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며, 사용할 매장의 도장이 3개 이상 찍혀 있으면 사용 가능한 쿠폰이죠.
메리트가 있다면 특정 메뉴 하나만 교환 가능 & 매장 별도 쿠폰과 합산 안 됨.
 
로테이션 근무 특성상 당시 제 출근 시간은 오후 1시였습니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2층 창고에 있었는데
바깥에서 어마어마한, 굉음 비스무리하고 듣기만 해도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갈 것 같은 고함소리가 나는 겁니다.
놀란 마음에 얼른 옷을 갈아 입고 1층으로 내려가니 그 블랙리스트 손님이 엄브릿지 포스 풀풀 풍기며 서 계셨습니다.
 
이 손님은 저희 매장 근처에 사시는 분 같은데, 딸 둘과 함께 오시곤 했습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T매장 쿠폰을 저희에게 내미시는 겁니다. 저희는 P매장이구요. 그래서 안 된다고 여직원이 말했더니 그분이 그랬다는 겁니다.
 
- 이 X발 년이!
 
제가 들었던 그 굉음이 그거였습니다. 여직원이 저한테 오면서 울먹이며 자기보고 X발년이라고 했다고 그러는 겁니다.
여직원 이야기 듣는다고 있으니가 갑자기
 
- 여기 빨리 주문 안 받고 뭐해? 도장 빨리 찍어 달라니까?
 
 
전 도장성애자인줄 알았습니다. 쿠폰에 분명 고딕체 폰트 16 크기로 T매장 쿠폰이라고 적혀 있었고, 하단에 타 매장에서 사용 불가능이라고 써 있었음에도 불구하구요. 그걸 지적해드리니까 하는 말이
 
- 그런 게 어딨어? 됐으니까 빨리 찍어 달라니까?
 
 
이 쯤에서 전 살짝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쇼케이스에 가려 안 보였던 아이, 그 블랙리스트 손님의 딸이었습니다. 나이는 한 다섯 살? 네 살?
정말 농담 안 하고 태연하게 베X킨 아이스크림 싱글 사이즈 먹으면서 엄마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겁니다.
 
보통 어린아이들이었다면 놀라기 마련인데... 진짜 별 일 아니라는 듯 그러고 있는 거 보고 진심 소름돋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런 모습을 봐 왔을까, 안쓰럽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안 된다고 계속 말씀드렸는데도 같은 말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정말 제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욕설들을 숙취로 게워내는 사람처럼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여직원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옆에서 울기만 하고 저는 충격에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직원한테 경찰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부르니까 고분고분하시는 이 아주머니... 진짜 녹음을 했어야 하는데 휴대폰은 창고에 놔두고 왔고...
 
나중에 T매장에 전화하니까 매장 매니저님이 그 손님 완전 X같은 블랙리스트라고 역정을 내는겁니다.
 
개인적으로 다신 안 왔으면 합니다 그 손님은.
 
 
 
2
 
여름엔 벌레가 참 많죠. 저희의 경우 매장 입구에 밤만 되면 켜지는 등 때문에 사방에서 벌레가 꼬입니다.
그래서 에프킬라는 필수로 뒀다가 밤마다 뿌립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곤충채집. 잠자리부터 지금은 이름이 생각 안 나는 곤충까지 한데 잡아다 곤충채집상자에 넣고 그랬어요.
 
 
때는 주말, 점심시간 러쉬가 막 끝낼 때 즈음.
애들이 단체로 들어와서는 주문은 가장 싼 아이스티로 하고 어마어마한 데시벨로 매장에 돌고래를 소환한 날이었습니다.
1층을 대충 정리한 뒤 2층에 올라갔습니다.
잠자리채(사실 아직도 이거 있다는 사실에 놀랐.... 저 코찔찔이 시절에 가지고 놀던건데...)를 한 쪽에 세워두고 자기네들끼리 놉니다.
스마트폰으로 모X의 X블 하더라구요. 이 새X 저 X끼 하면서 아주 격렬하더군요. 어릴 때 탑블레이드 가지고 놀 때도 안 저랬는데....
 
근데 갑자기 몇 명이 매장을 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목에 덜렁덜렁 곤충채집함을 단 채로요.
근데 이 끈이 참 부실하더군요. 전 무슨 머리카락으로 엮은 줄 알았습니다.
애는 격렬하게 뛰고, 채집함은 덜렁이다 결국 끈이 떨어지더군요.
 
곤충채집함 중에서 그거 있잖습니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데 앞면에 투명한 유리(?) 아크릴(?) 달린 거.
떨어지면서 그거 깨졌습니다.
 
순간 정적-
 
곧이어 날아오르라 잠자리여가 시전되어 매장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다섯이었나 여섯이었나... 게중 두 마리는 비실대다 잡혔고 나머지는 미친듯이 매장을 활보하더군요.
여자 손님들은 비명지르니 남자 손님들도 욕지거리 딱딱 날리며 소녀처럼 도망치시고;;;;;;
 
애들은 야 ㅈ됐다!!!!!!!!!! 라고 소리치더니 퍼즐 딱딱 맞추듯 손발이 잘 맞게
 
 
속된 말로 튀었습니다.
 
결국 저 혼자 그 잠자리노무생키들 잡느라 쌔빠지게 고생했다죠....
 
 
 
3
 
 
근처에 술집이 조금 밀집되어 있어서 밤마다 술을 살짝 걸치신 분들이 오십니다.
한 남성분이 오시더니, 흔히 허니브레드 라고 부르는 것 있죠? 식빵에 칼집내서 구운 다음 시럽이랑 생크림 올려 먹는 거요.
그거 포장해가셨습니다. 진짜 별 말도 없고 포장해서 포크 몇 개 드릴까요 물어보고 아주 편안하게 가져가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마감 시간이 되어 매장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에탄올 냄새 알싸하게 풍기는 그림자 하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겁니다.
저는 뭐지? 하고 고개를 빼꼼 내미는 순간
 
날아오는 그것. 슬로우 모션으로 펼쳐지는 빵과 생크림과 시럽이...
마치 바닥이 제 자리였다는 듯 슬라이딩을... 하... 방금 락스청소한 바닥에... 광나게 닦은 바닥에...
 
그분이 딱 매장에 들어오셔서 저는 진짜 화가 난 표정으로 그분을 봤습니다.
 
 
- 야 이 새X야!!!!!!!!
 
마치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라고 소리치는 아저씨처럼 거대한 고함을....
저는 그 소리 듣고 놀라 쭈뼛쭈뼛 하고 있는 기상캐스터 시절 박은지씨처럼 서 있었습니다.
 
- 왜 초를 안 넣었냐 이 개X끼야!!!!!!!
 
 
솔직히 우리 상식적으로 봅시다. 케익전문점도 아니고 커피전문점입니다. 초? 빵칼? 없습니다.
안 물어본 제 잘못인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매장 맞은 편에 파리X게트 있습니다.
 
알바생은 2층에서 내려와 계단에서 멀뚱멀뚱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저는 그분에게 매장에 초가 없는 이유, 매장의 목적, 주 메뉴를 이십 분 동안 설명해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 하시는 말씀이
 
- 아 그랬어? 내가 오해했네. 미안.
 
이러고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
...
 
저 진짜 그날 울고 싶었습니다... 퇴근시간 5분전이었는데... 포스 정산까지 끝난 상황이었는데
불끄고 옷갈아입고 집에 가면 끝이었는데....
 
하아.........
 
 
 
-
 
뭐... 이런 분들 와도 멘탈이 실금따위 생기진 않지만
생각보다 알바생이 충격이 큰 모양이었습니다. 수다쟁이 알바생 집에 지퍼 채운 줄 알았습니다.
 
X발년 소리 들은 여직원도 일찍 퇴근하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마음 추스리라고,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밝게 출근하더라구요. 역시 서비스업 오래 하면 성인이 되는 모양입니다.
출처 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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