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궁상맞게 눈물이 났다.
요새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더니 결국 오늘 눈알이 빠질 것 같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호르몬에 가을에 우울증도 심해졌는데
큰 놈 땐 없던 입덧까지 너무 심해서 출산 때 남편 머리채 잡는다는 말이 공감된다.
먹고싶은 건 없고 먹은 것도 없는데 물만 먹고 토하고. 양치하기가 무섭다.
생각나는 거라고는 귤 뿐인데 먹을 땐 좋은데 빈 속에 귤만 먹자니 속이 쓰라리다.
하루에 한끼나 먹나?
먹어야 속이 한두시간이라도 편한 건 안다. 근데 먹기 너무 싫어서 못 참겠으면 그 때야 먹고.
좀 전에 귤 사러 나갔다 왔다.
그나마 과일 가게가 가까워서 다행이다.
근데 문이 닫혔다. 아줌마 밤 열한시까지 하신다면서요. ㅠㅠㅠㅠㅠㅠㅠ
물도 살 겸 슈퍼에 갔다. 거기 분명히 귤을 팔던 것 같은데..
예닐곱개 든 망 하나가 2500원이다. 비싼 거 안다. 그래도 먹겠다 하고 집었다.
물컹.
멍들고 곰팡이 피고.. 하. 힘이 쭉 빠진다.
옆에 연시를 한참 쳐다본다. 들었다 놓는다. 별로 안 땡긴다. 됐다. 물이나 마시자..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간다.
마이쮸가 있네? 포도맛을 집어들고 계산대에 놓는다.
카드 긁히기 직전, "잠시만요!"
결국 연시를 들고 온다. 털레털레 집으로 걸어온다.
10대로 보이는 남자애 셋이서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떠들며 지나간다.
좋겠다. 부럽다. 안 아파서. 젊고 건강해서. 하. 노인네 같은 생각이나 하며 집으로 걷는다.
텅 빈 집. 고양이 놈들은 마중도 안 나온다. 쌍놈것들 다 필요없어.
옷을 벗어 장농에 구겨넣고 침대에 기대 앉아 노트북이나 들여다 본다.
섹스앤더시티나 보고싶은데 2~3주 전까지만 해도 hdmi로 멀쩡히 연결되던 테레비가 안 된다.
신호가 없긴 왜 없어. 노트북은 연결이 됐다는데. 니 열심히 하라고 소리도 안 내는구마 니는 왜 그러는데. 아 짜증나.
할 게 없다.
오유는 바탕화면인 듯, 습관적으로 그냥 켜 놓는다.
윈도우 카드놀이를 켠다. 어제도 10시간쯤 요것만 한 것 같다. 미친 것 같다.
속이 또 쓰라려져 아까 대충 집어 가지고 온 연시를 깐다.
한 입 먹기도 전에 아까 마중도 안 나왔던 쌍놈들이 뭐냐고 달려든다.
옛다 이새끼들아 맛이나 봐라. 쳐 먹지도 않고 검사만 하고 갈 거면서 내가 먹는 것만 들면 지랄들이야.
내 입에 뭐 들어가는 꼴을 못 쳐 보냐. 니들 짜증나...
어쨌든 입으로 들어간 연시가..
맛잇다.
하. 너무 맛있다ㅠ
먹기 싫은 거 그냥 오기 아쉬워 억지로 집다싶이 해서 가져온 놈인데 맛있다. 천국이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부리는 나년이 병신같다.
짜증나서 눈물이 난다.
연시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다 난다. 아 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