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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5년차의 이모저모 5
게시물ID : menbung_247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재와빨강
추천 : 11
조회수 : 1248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10/24 19: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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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후...

가끔 진상이 옵니다. 맨날 오는 건 아니고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전부 쪼렙 진상이요.
그런데 가끔 레벨 10 진상이 옵니다. 이 주에 한 번씩?

각설하고,


1. 철옹성 같은 그대에게


카페에 가면 도장쿠폰을 주죠?(일부 매장 제외)
음료 한 잔에 하나씩. 얼마에 하나씩. 저희도 그거 합니다. 사장님은 싫어하겠지만 저희는 웃으면서 챙겨드립니다.
도장으로 음료 마시면 비싼 거 마시라고 해줍니다. 단골은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음... 이틀 전 일이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알바 다 자르고 직원들끼리만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1층 2층 매장을 혼자서 근무 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서 홀로 쓸쓸하게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뭐... 저야 워낙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뼛속까지 오유인이기 때문에) 아무 상관 없지만 다른 여자들은 좀 흠좀무...

아무튼.

혼자 근무하던 와중,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습니다.

물장사의 특성상 9월 초에 접어들면서 비수기가 시작되는데, 성수기에 단체로 우르르 오시던 분들이 이제 가위바위보 내기로 한명이 몰아서 사오기를 시전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분이 그런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들어오시자마자 믹스커피나 마실 것이지 하면서 엄청 궁시렁궁시렁....

뭐, 이런 손님 한둘 아니니까 눈도 깜빡 안 했지만요.

그분이 주문하신 커피가 총 여섯 잔이었는데, 도장쿠폰 찍어드리니까 한 마디 하십니다.

- 저번에 먹고 도장 안 받았다는데 찍어줘요?

당연히 찍어드린다고 영수증 달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음료 한 개당 도장 하나를 찍어줍니다. 영수증에 음료가 몇 잔 주문되었는지 적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아주머니께서 주머니를 사방팔방 모두 뒤져 지폐와 명함을 모조리 꺼내 그 속에서 영수증을 꺼내십니다.

- 자.

하고 말하시면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눈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 처음 읽은 중학생 시절마냥 읭??????????? 에 빠졌습니다.
영수증 상단에 당당히 찍혀 있는, 매장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위치한 퓨전 일식 전문점 미X야

저는 손님께 양해를 구하며 죄송하지만 이거 저희 매장 영수증이 아니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 여기서 잘 끝났으면 제가 이 글을 적지도 않았을테죠?

- 나는 그런 거 몰라. 동료가 찍어 오랬어.

.
.
.

아니... 매장 이름도 다르고 업종도 다르고 영수증 생김새도 다른데요...
이건 뭐 착한사람한테만 보이는 영수증인가요. 영수증이면 전부 해결되는 문젠가요.

하지만 계속 설명해드려도 이분은

- 몰라. 난 몰라. 빨리 찍어줘.

자세로 나오셨습니다. 아...

아무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끝까지 안 찍어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냥 투덜거리면서 나가시더라구요.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뻥 같죠? 안 믿기시죠. 쓰는 저도 그때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데 오죽하시겠습니까.
근데 진짜임. 진짜요. 레알임....



2. 알바생은 어디에


매장에서 문제일 일으키는건 소위, 진상 손님뿐만 아닙니다. 진상 알바? 존재합니다.
저희 사장님께선 그나마 돈이 걸린 부분에선 정확한 계산을 추구하시기 때문에 주휴수당 야간수당 다 챙겨주십니다. 시급도 최저시급 1원 단위까지 딱딱 맞춰서 칼 같이 월급날 오전 10시에 입금해주시는 분입니다.

아르바이트. 파트 타임을 하는 분들이죠? 저흰 스탭이라고 부릅니다.

솔직히 비수기엔 별 신경 안 쓰이는데, 성수기. 즉 한여름에 이분들이 튀 시면 정말 답 없습니다.


첫 징조는 두 번째 알바....

첫 알바가 국방의 의무 때문에 장렬히 6개월을 불태우시고 명예로운 퇴직을 하신 다음이었습니다.

당시는 작년 7월. 한창 주변 꼬꼬마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빙수를 열창하고 있을 무렵.
새 알바로 남자 알바를 뽑았습니다.

힘 쓰는 일에 적합하다는 이유였죠.

첫 근무를 뛰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날 매출에 잭팟이 터져서 오픈 이래 매출이 성층권을 뚫었습니다.

고된 하루가 끝난 후 집으로 가서 야식을 먹을까말까 고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 후 출근을 했습니다.

근데 알바가 안 옴.

출근시간 6시인데 6시 30분, 7시가 되어서도 안 옴. 문자를 했습니다. ㅇㅇ씨 안 와요?

.
.
.
.
.

씹혔습니다. 나 껌인줄ㅋ 질겅질겅 씹힘ㅋ

점장님 사장님께 전화드렸습니다. 당황하시겠죠... 면접땐 잘 할수 있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던 사람이 그렇게 잠수를 타버리니.
다른 직원들 대신 나오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오전 알바는 공연보러갔었나? 그래서 못 온다하고.

그냥 혼자 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혼자서 역대 매출 3위 찍은 게 자랑 아닌 자랑...
칭찬만 받고 콩고물 떨어진 거 하나 없는 건 안자랑(기대도 안 했음ㅋ)



3. 어슬렁어슬렁해


솔직히 지금 썰은 좀 황당한데요.

세상에 마상에 카페에서 돈 내놓으라고 강도질 하는 새X는 또 처음 봤거든요.
일하다가 내 신상 아이폰5S 개통 보름만에 훔쳐간 놈은 있었는데

대놓고 강도질 하는 놈은 또 처음이었어요.

근데 카페의 특성상 길디 긴 바(Bar)가 손님과 나 사이에 있단 말이죠.

그리고 카페는 뜨거운 물과 무거운 포터필터(이거 한방 후려치면 상대방 훅감)와 허니브레드에 쓰이는 빵칼(이거 톱날이라 잘못하면 뼈도 썰림)
그리고 과일 자르는 과도와 우리 매장엔 아주아주 날이 선명하게 선 식칼도 있었거든요.

물론 이거 가지고 함부로 대응했다간 우리나라의 법률상 저만 X 되겠죠?


일단 그놈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더니 손에 든, 어디 공사판에서 주워 온 거 같은 빨간 벽돌을 저한테 겨누더니

- 돈 다 내놔

합니다. 근데 솔직히 칼이나 이런거면 또 몰라도 벽돌은... 좀...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았어요.

전 황당한 나머지 매장 포스 아래쪽에 사장님이 여자들만 누르라고(농담인 거 아시죠?) 우스갯소리로 설치해 놓은 비상벨을 눌렀습니다.

근데 이 사람 말 하는 걸 자세히 들어보니 좀 어눌했습니다. 아무튼. 경찰은 어차피 올거고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짤방으로 본 뜨거운 물 끼얹는 외국 여자 바리스타처럼 뜨거운 물 같은 걸 끼얹나? 하던 중에

- 야 이 개X끼야.

라고 상대방이 말합니다. 그래서 저도 뭐 이 개X끼야 라고... 하진 않았어요. 도발해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요.

그냥 쫀 척 어버버... 하는 척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저만 손해지만 그냥 손에 뭐라도 쥐고 있어야 겠다 싶어서 얼음통을;;;;;

얼음 따로 담아놨다가 쓰는 그 통을 잡았습니다. 여차하면 얼음 샤워라고 하게 해주려구요.

뭐... 그럴 일은 다행히 없더군요.

저 멀리서 어슬렁어슬렁 오던 경찰이 통유리 너머 매장 상황을 보고선(밖에서 보면 1층 훤히 보임) 바로 뛰어와서 제압했어요.

근데 경찰이 하는 말이

- 아저씨 왜 여기서 또 이래요.

상습범이었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매장 옆 편의점 아줌마도 저 아저씨한테 한 번 당했다고.... 그땐 각목이었다고;;;


제가 남자여서 이정도였지 과연 여직원이 근무 섰으면 어땠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오싹해요.
다행히 캡X 보안회사에서 달아준 비상벨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뭐... 대략적인 이야기 뽑아보면 이렇네요.
이거 이외에는.....

근처 회사 사람들이 2층 홀에서 회의하다가 서로 의견 충돌해서 주먹다짐한 거?
2층 비상계단 문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모드로 아주 활짝 열었다가 남녀 둘이서 한 떨기 꽃으로 각성하기 직전 순간을 마주 한 거?
어떤 꼬마가 씽씽카 타고 놀다가 어떤 애기 엄마 유모차 망가뜨려서 엄마들끼리 싸움난 거?
근처 중딩들 학교 땡땡이치고 빙수랑 빵 먹으러 왔다가 학주한테 걸려서 매장 안에서 혼난 거?

기저귀 버리는 거는 이제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네요.

이런 손님들 있어야 가끔 재밌죠? 너무 조용하면 또 일 할 맛 안 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전 20000
출처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이 기구하게 느껴지는데, 또 기구한 인생은 그것 대로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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