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 서식하고 있는 남자 사람입니다.
이틀 전 운동하다 다리를 조금 다쳐 진주에 있는 모 병원에 방문해
진료 및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 바로 옆 약국에서 약을 지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 거의 모든 직종이 그렇지만 의사들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업무상 애로사항이 살인적으로 많은 헬조선인지라 )
진짜 사이코틱한 노답 의사들을 많이 겪어봐서 병원에 갈 때 항상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갑니다.
'오늘 나에게 진료를 해줄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불친절할 거야.
절대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말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비를 하고 병원에 가면,
혹시 재수 없게 그날도 환자의 병은 치료할 지언정 마음에 병을 주는 의사를 만나도
어느정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운 좋게도 불친절한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재수 좋은 날이란 생각에 마음의 준비 상태를 해제하고 무방비 상태로 약국으로 이동했던 것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약국에는 남자 약사 한 분이랑 여자 직원 한 분, 총 두 분이 근무중이었습니다.
처방전을 약사에게 주고 약사가 약을 짓는 시간 동안,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던 쌍화탕이 눈에 들어왔고,
( 포장이나 진열이 안 되어 있던 걸로 봐서 손님들에게 증정하는 용도였던 것 같습니다. )
갑자기 궁금한 게 있어서 직원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 저희 집에 유통기한이 지난 쌍화탕이 한 박스가 있는데,
박스에 인쇄된 내용을 본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안 지난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적혀있던데,
그기 진짜 되나요?
직원 : 네? 지는 잘 모르긌는데......
약사 : ( 약을 짓다 말고 카운터로 나와서 ) 뭐예?
저 : 아, 저희 집에 유통기한이 지난 쌍화탕이 한 박스 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안 지난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적혀있길래,
상식적으로 안 될 것 같아서 진짜 되냐고 물어봤는데요.
약사 : 글쎄 그 거는 요 와서 이라시몬 안 되고 그 제품 산 데 가서 바꽈달라 해야지예.
바꽈 드맀는데 수거가 안 된다 쿠몬 저희도 곤란한 께예.
저 : 예......? 아, 예......
저는 단지 쌍화탕이란 제품이 일반적으로 그런 교환 서비스가 적용되는지 문의한 것이었습니다.
근데 약사는 제가 그 약국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쌍화탕을 들고올테니 교환해달라고 어거지부리는 손님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냥 얼버무렸습니다.
그러고는 약봉투를 받았고......
약사 : 항생제랑 위벽보호제고예, 아침 저녁으로 드시몬 됩니다.
보통 거의 모든 약국에서 선생님들이 식전 복용용 약인지 식후 복용용 약인지,
식사 몇 분 전에 먹어야 되는지, 식후 몇 분 후에 먹어야 되는지,
혹시 현재 투약이나 복용 중인 약은 없는지, 복용 기간 동안 조심해야 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주시던데
제가 오늘 간 약국의 약사는 그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 어떤 효능을 지닌 약인지는 분명 설명했습니다. )
경험상 식전, 식후 여부는 보통 약봉지에 적혀 있으니까 약봉지 보고 대강 먹자 싶었는데 복용 기간 중에 주의 사항이 궁금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저 : 혹시 약 묵는 동안 조심할 거는 없나요? 술이라든가 담배라든가......
약사 : ( 시선을 옆으로 돌리더니 ) 하...... (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3~4초 정도 후 )
술도 무몬 안 되고예~!
담배도 피몬 안 되고예~~!! ( 이 까지는 괜찮았는데 )
독약도 무몬 안 되고예~~~!!!
농약도 무몬 안 되고예~~~~!!!! ( 이 까지도 적당히 웃어넘길 만했는데 )
즈 주유소에 있는 기름도 무몬 안 되고예~~~~~!!!!!
땅에 있는 흙도 퍼 무몬 안 됩니다~~~~~~!!!!!!
항생제 무몬 당연한 기지 뭐 그리 상식적인 거를 물어샀습니까~~~~~~~!!!!!!!
제가 다소 꼼꼼한 성격이라, 다른 손님들이 잘 안 하는 질문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질문에 신경질이 난 건지, 쌍화탕에 대한 오해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단정 짓고 이상한 손님 퇴치 모드를 발동시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독약, 농약, 주유소 기름, 흙 등 불쾌한 예들을 굳이 안 들었어도 될텐데 말이지요.
게다가 저는 약국 손님으로서 항생제나 위벽보호제에 대해 미리 잘 알고 있었어야할 의무는 없고,
약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을 수 있는 권리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기에,
터무니없이 빈정대는 발언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다시는 이 약국에 안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저는 약봉지를 받자마자 계산도 하지 않고 황급히 약국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약사가......
약사 : 계산은 하고 가시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차 싶었던 저는 결제하려고 카드를 꺼냈습니다. 카드를 받아든 약사는 카드를 긁으면서 까지도
약사 : 계산 할라꼬 다시 오시몬 윽수로 번거롭지 않긌습니까~~~~~~!!!!!!
하고 빈정대며 공격적인 발언을 지속했습니다.
물론 계산하는 것을 깜빡한 것은 저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좋게 말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계산을 마친 저는 '죽어도 이 약국에 안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갔습니다.
'저 정도로 불친절한데 어떻게 장사를 계속 하고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병원 근처에 약국이라고는 그 약국 하나 뿐이더군요.
두 번째로 가까운 약국이 병원에서 버스 1~2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글로 된 게시물에 물결 표시와 느낌표 외에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모르겠지만,
약사의 발화 내용을 떠나서 어투와 표정 자체가 굉장히 모욕적이었습니다.
( 약사의 성량이나 말투의 억센 정도는 물결 표시 개수와 느낌표의 개수로 표현해봤습니다. )
베오베에 간 멘붕 사연들에 비하면 불쾌도가 새발의 피 같았던 경험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단언코 ( 과장법이 아니라 진짜 ) 11월 현재, 2015년 올 한 해 있었던 일 중 제일 기분 나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