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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인생 최대의 멘붕
게시물ID : menbung_26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밥은먹고살자
추천 : 0
조회수 : 5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2/22 16: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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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편하게 씁니다. 반말주의...


12월, 찬바람이 불고 슬슬 거리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물이 걸리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제법 오래 된 일이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교회를 다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연말의 교회는 행사 준비로 제법 분주하다는 걸. 그 때 나도 그랬다. 이것저것 장식을 하고, 늦은 시간이라 집에 돌아가는 대신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녘에 목사님 내외분께서 새벽기도를 준비하시는 소리에 나도 같이 깼다. 친구와 잠이 덜 달아난 채 예배에 참석했었다. 솔직히 설교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나 주제는 확실하게 기억난다. 성탄절이 코앞인데 특이하게도 5월 어린이주일 쯤에 할 법한 골자의 설교였다. 자녀는 가정의 보물이라는. 왜 이런 설교를 하셨던지 지금도 약간 궁금하다.

그리고 교회 본 건물을 나섰는데, 별채 문 앞에 하얀 이불뭉치가 있었다. 아직 해도 미처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잠이 훅 달아났다. 두 분은 이불뭉치를 안고 들어오셨다. 편지는 3개월입니다, 죄송합니다. 아주 간단했었다.

추운 날이었다. 할 수 있는 보온 조치는 다 해 주고  아침을 기다렸었다. 날이 밝자마자 큰 병원으로 향했다. 나와 내 친구는 멀뚱히 남아 집을 지켰다. 셋이 갔는데, 돌아올 땐 둘 뿐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이 이야기를 부모님께 해 드렸었다.

선천적으로 많이 아픈 아기라 했다. 나나 내 친구가 아직 어렸었기에 그러셨던지 자세한 이야기는 해 주지 않으셨다. 남자아이였다.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모님은 이름은 요셉이나 요한이 좋겠다고, 남자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짓겠다고 처녀 적부터 생각하셨댔다.

나중에, 몇 주가 지난 후 목사님은 아마 하나님 생각은 다르셨던가 보다고 사모님을 위로하셨었다. 입양을 위해 준비하던 서류들은 모두 쓸모없게 되어 뒷마당에서 불태워 버렸다. 아마 내 친구는 그 때 좀 울었던 것 같았다.

찬바람이 부는 연말엔 꼭 이 때 일이 기억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유가 되면 관련 기관에 후원이나 봉사활동을 나가곤 한다. 저번주에 나는 그 때 울었던 내 친구와 봉사를 나갔다.

사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식구가 늘어 있는 경우를 본다. 저번주에도 그랬다. 이름은 요셉으로 지어달랬단다. 친구는 복잡한 표정으로 화를 냈다. 이름은 우연이었겠지만, 저 이름 때문에 심경이 더 복잡했다. 어지간히 옛날 일이 가슴에 깊게 박혔나 보다.

버리고 가는 사람 심경도 오죽하랴 싶지만, 남은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도 그 못지 않게 괴롭다고 장담할 수 있다. 매 해 연말이면 잊어버렸다가도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올해는 더 무겁다. 
출처 내 머릿속의 대뇌피질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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