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거주하는 곳 근처에는 세탁소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말그대로 동네 세탁소이지요.
이 곳에 산 지 얼마 안 되어서 오늘 처음으로 그 곳에드라이 크리닝과 수선을 맡기로 갔습니다.
푸근한 인상에 세탁소 사장님, 그냥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먼저 계산부터 할까요?"아저씨는 물으셨죠.
평소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도 괜찮나요?"
그 순간 아저씨는 푸근한 인상은 온데간데 없이 차갑게 정색하시며..
"카드는 안돼요~ 현금만 가능합니다.
"저를 째려보시듯 바라보며 당당히 현금을 요구하셨죠;
당황함에 "그럼 옷 찾을 때 현금으로 드릴께요.."
라고 말한 뒤 뭔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으로 세탁소를 나왔습니다.
.......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자문자답 해봤습니다.
Q) 동네 가게를 이용했을 때 난 왜 당당히 카드를 사용하지 못할까?
A) 당연한 이유이지만 소비자는 눈치를 보고, 판매자는 눈치를 줍니다.
서로 심적으로 불편하다는거죠.
왜 일까에 대한 답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와 '세금'..
충분히 이해하고 어려움도 알겠습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가뜩이나 힘든 경쟁속에서
줄어드는 매출과 이윤에 살벌한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왠지 모르게 동네 가게에서 카드 결제가 미안해지는거죠.
[우리가 그 분들의 소득 감소에 일조한 듯한 미안함]
[판매자들도 소액 결제에도 카드를 내미는 소비자들을 너무하다는 듯 바라보는 서운함과 짜증의 시선]
[오늘처럼.. '안그래도 우리 힘드니 아는 양반이 그러지 맙시다.' 라는 듯 당당히 항변하는 카드 결제 거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선
'카드 거부 또는 카드를 꺼리는, 현금 결제 시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기 어려운..'
이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다면 동네 상권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른 두번째 자문 입니다.
Q) 만약 프렌차이즈 세탁소가 우리 동네에 생기면 가겠는가?
A) 지금의 감정으론 100% YES 입니다.
카드 낸다고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죠.
프렌차이즈 업체가 카드 거절을 하는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현하기 때문에(또한 당연히 의사표현 해야합니다!)
최소한 카드 결제 문제로 서로 불편해 질 일은 없습니다.
저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 또한 골목상권을 잠식해 가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동네 가게들이 카드 결제에 부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카드를 내는 분위기 또한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갈음하자면,
골목상권에 종사하시는 중소상인 분들 중
카드를 꺼리시거나 거부하시는, 현금 영수증 없는 현금만을 환영하는 분들은..
'카드 수수료' 와 '세금' 문제, 골리앗들과의 경쟁과 상생에 대한 문제는
법과 정책을 정하는 이들에게 원없이 눈치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눈치 주신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요.
현명한 소비는 현명한 판매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