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76년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 4대사립으로 유명한
보성 중고등학교가 종로에서 송파구로 이사오면서 저는 당연히 갈줄 알았던 남녀공학 중학교를 못가고
대부분의 친구들과 함께 보성중학교에 입학합니다.
2. 보성중학교 학생의 거의 절반은 저 같은 성내동에서 온 학생들이고 나머지 절반정도는 올림픽 선수촌아파트 부근에 사는 학생들이었습니다.
3. 2016년 현재는 그다지 차이가 심하진 않겠지만 제가 입학할 당시(1989년도)에는 선수촌 아파트 아이들과 성내동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성내동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했고 아파트촌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했죠
(완곡히 표현했지만 제 생각엔 부의 격차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4.(이제부터 시작) 이런 경제적인 차이를 두고 일부 선생들이 차별을 했습니다.
사례
1. 수업 시간 중에 두명이 떠들다가 선생에게 걸려 불려나감
- 너 어디 살아
- 선수촌 아파트요
- 들어가 (학생 쭈볏거리고 자리로 들어감)
- 너 어디 살아
- 성내동이요
- (싸다구 두방 작렬) 이 새끼들은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말썽이나 부리고 말야. (한대 더 치고) 들어가 새꺄
2. 쉬는 시간인데 갑자기 유도 선생(=체육선생)이 들어와서 앉아 있는 학생의 싸다구를 일으켜 세운두 두세번 세게 후려칩니다.
- 성내동 사는 새끼지 너, 이 새끼 맨날 말썽이나 부리고 말야
얻어 맞은 학생은 얼마전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학생부에 걸려서 처벌을 받은 후였으며
그 학생은 쉬는시간에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맞은 이후로 바로 씨발 x같네라는 말과 함께 교실을 박차고 나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교 졸업 후 대학생이 되서 동네를 지나가다가 중국음식 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그 녀석을 봤습니다.)
3. 수업 시간 중에 종종 학생을 비교하는 멘트
- 성내동 애들은 공부도 못하고 말썽을 많이 핀다
- 아파트 사는 애들은 모범적이고 성실하고 공부를 잘한다 등등...
그런 차별을 대부분의 교사가 하는것은 아니었고 나이 지긋이 잡수신 분들이 대부분, 가끔 젊은 선생도 그러긴 헀었습니다.
가끔은 학생들 끼리도 이런 차별이 몸에 배어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성내동에 살았지만 반에서 6~9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5등 안으로는 단 한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는데요
저는 학원은 물론 과외 같은 건 당연히 안다니고 못다니는 형편의 성내동 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사교육이 자리 잡았다지만 당시에 집으로 오는 과외 선생에게 뭘 배우는건 진짜 돈 많은 집에서나 가능했던 거죠
학원은 동네 학원이나 단과 학원 정도 겨우 가면 갔지...선행학습같은건 뭔지도 몰랐었죠
한번은 같은 반 아이들과 교문에서 헤어지는데 제가 성내동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너 반에서 그정도 하는데 성내동 사니? 라고 물어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제가 성내동 사는데 자기보다 성적이 좋은걸 자존심 상해하면서 절치부심하는 녀석도 있었고
노골적으로 제 성적과 등수를 물어보며 결국 학기말 전에 저보다 한등 앞선걸로 신나하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저랑 그녀석이랑 이름이 같아서 너무 확실하게 기억이 나거든요 ... 진심 앞에서 아싸를 외치며 좋아하더란...)
대략 계산해도 20년은 넘은 이야기인데
당연히 좋아진건 없고 대놓고 무시하고 차별하고 하는건 여전하려나요?
어린이집 아이들도
아빠 차가 뭐다 우리 집은 무슨 아파트다라고 하면 아이들끼리 패를 가른답니다.
이민이 답인가 싶은데 딱히 묘수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