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다소 깁니다. 스크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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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중소기업 기획/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있는 20대 후반 여징어입니다.
저번달 초부터 퇴사하겠다고 하던 같은 부서 디자인 담당 주임이 이번주까지만, 다음주까지만 하면서 미뤄오더니
오늘을 마지막으로 일하고 퇴사했습니다.
오후 4시쯤이였나요? 퇴사하기로 한 그 직원이
그녀가 나가고, 새로 뽑은 경력직 직원이 다음주 월요일에 오기로 되어있는데
그 분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금 제 자리에 앉아야해서
제 자리는 일단 비우고, 나머지 직원들도 자리 배치를 다시 해야된다고 하더군요.
컴퓨터랑 서류, 서랍장 다 옮겨야되는 번거로운 일이라 다들 내켜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CEO의 지시라고 말하니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퇴근시간 이후 1시간 동안 자리를 옮겼습니다.
불금에 땀 흘리며 짐 나르고, 청소하고 자리 정리를 끝내고 잠시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외근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CEO가, 쉬고있는 저를 보면서
"왜 자리 옮겼냐, 누가 자리 옮기라했냐, 나는 옮기라 한 적 없다."
라고 말하는데 1차 멘붕...
"새로 오시는 분이 앉아야 된다고 자리 옮기라고 하던데요.." 하니까
"하.. 이게 뭐야.. 그냥 원래 자리로 옮겨."
라고 해서 2차멘붕...
폭풍같이 원래 자리로 옮겨놓고나니 8시...
저녁밥도 못먹고 금요일 저녁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퇴사하고 나간 그녀에게 깨톡을 보냈습니다.
"XX씨 마지막 날 나한테 아주 큰 선물 주고 갔네요? ㅋㅋ
자리 안옮겨도 되는데 옮겨가지고 원상복구 시켰네요ㅋㅋㅋ
오늘 제대로 불금보냄 ㅋㅋㅋㅋ 잘가세요"
무슨소리냐길래
"CEO가 자리 옮긴거 보더니 왜 옮겼냐고 옮기라 한 적 없다고 원래자리로 가라고 했다" 고 말해주니
자기가 그만두는 입장이라도 말이 지나치다, 자기 기분 나쁘라고 작정한거냐로 말하길래
CEO랑 그녀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서 오해가 있었나..?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그녀가 갑자기 제 험담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창가자리에 굳이 앉을 이유가 없는데 제가 거기 앉겠다고 우겨서 앉는거라고 하는걸 다른 직원들한테서 여러번 들었다.
제가 자신을 의식하고 자격지심이 있어서 자기 뒷담화를 하고다녔다.
제 작업물이 암걸리는 작업물이였는데 참고있었다.
제가 업무시간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자는걸 두 번이나 봤다.
자기한테 욕할거 있음 좋아하는 페북에다가 욕해라.... ㅋㅋ..ㅋㅋㅋ
일단 저 말 전부 어이없게도 거짓입니다...ㅋㅋㅋㅋㅋㅋ
1. 제가 창가자리에 앉은건 제 의사가 아닙니다.
CEO가 업무적으로 제가 저 자리에 앉아야 저를 소환하기 쉽다며 저기 앉혔습니다. ㅇ<-<
그리고 이것은 사무실 직원들이 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다른지사에서 근무하다가 본사로 와서 이 사실을 모를수도 있겠군요.)
책상크기가 남들의 2배라는 장점이 있지만,
창문을 등지고 앉아있기 때문에 모니터에 반사된 햇빛때문에 화면이 잘 안보이고,
겨울엔 창문 틈 사이로 우풍이 들고, 여름엔 에어컨 사각지대라 아주 덥기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저에게 왜 저기 앉아있냐고 물어본 적도 없으며, 옮기는게 좋겠다고 말한 적도 없구요.
누군가 옮기라고 했으면, 전 흔쾌히 옮겼을겁니다.
사무실 어디에 앉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2.
저는 다른 직원들에게 남 뒷담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 뒷담화가 돌아돌아 저에게 올거라는걸 알기 때문이죠.
애초에 자격지심도 없었구요. 하는 업무가 다른데 뭔 자격지심????
(저는 기획쪽 일을 하고있고 그녀는 디자인 업무입니다.)
오히려 그녀가 저한테 남 뒷담화를 많이 했죠.
XX씨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왜 VIP고객팀에 있는지 모르겠다. 머리모양이나 옷스타일이 올드하고 촌스럽다.
내가 남자직원들하고 사이가 좋으니까 질투하는지 아까 나 들어올 때부터 날 째려보더라.
XX 대리님은 진짜 왜 친한 척 하는지 모르겠다.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등등...
3.
내 디자인이 그렇게 별로였으면 니가 대신 만들어주지 그랬니? ㅎㅎ
니가 바쁘다고 그래서 포토샵도 잘 못하는 내가 만들었는데 뭐가 문제였던건지?
4.
이어폰은 동영상 컨텐츠에 BGM 넣어야 할 때
다른 직원들한테 방해될까봐 낀 것 말고는 낀 적이 없습니다.
업무시간에 엎드려 잔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도대체 제가 그런걸 어디서본걸까요?
꿈속에서 봤을까요????
혹시 허언증 환자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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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저보다 반 년 정도 일찍 입사한 3살 어린 직장 선배인데,
처음엔 저한테 잘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친하게 지내려 하더라구요.
저도 하는 업무는 다르지만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고, 같은 팀이니까 친하게 지내려 했구요.
어느새부터인가 그녀는 업무적으로 제가 필요할 때만 친한 척을 하고 평소에는 인사도 안하고 제 질문에도 단답형으로 대답하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싫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싫다는사람 억지로 붙드는 성격 아녀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저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막연하게 느껴왔던 걸 대놓고 알게되니 기분이 참 안좋네요.
그녀는 유종의 미도 모르는거겠죠???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고 잊어야된다는거 저도 아는데...
오늘따라 술이 많이 고프네요 ㅠ....
혹시 이 글 보신 분들이 있다면..
저한테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면.. 내일 아침에 댓글 보고 기운이 날 것 같아요... !!
직장생활이 업무때문에 힘든게 아니라 사람때문에 힘드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