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시즈음 눈을떠 한참을 밍기적 거리고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는 중에 정훈이형이 전화를 걸어왔다.
"광상, 아직까지 자고있나??"
"아입니다 행님, 일어났습니다"
나는 28개월간 일하던 카페일을 지금의 대우와 앞으로의
전망등을 몇달간 고려해본 결과 백수가 된지 어언 한달 하고도 3일이 지났다.
정훈이형은 내가 아직 커피 초짜 일때 첫 스승님 격이었고 내게 많은것을 배우게 길을 열어주고 이끌어 준 고마운 사람이고, 나도 좀처럼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는 타입이지만 이형 만큼은 엄한 친형인양 믿고 따랐다.
이형은 철이든후로 일생을 쉬지 않고 빡세개 일을 해온 사람이고 나름 나를 많이 생각하고 챙겨주는 와중에 내가 퇴직후
일은 않구하고 한량처럼 느긋한 모습이 내심 못마땅한 눈치였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가고 오늘 뭐할거냐는 질문에 왠지모를 압박감에
"오늘은 동네 타일집 돌면서 일거리를좀 구해보려구요"
라고 마음에도 없던 소리를 해버렸다.
"그래, 갔다오고 이따가 전화하소."
이렇게 말이 나온이상 가만히 있기에는 구릿하다는 생각에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네이버 검색으로 집근처 타일가게를 검색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 타일은 어디 구인사이트에서 일을 구하기는 힘들고 인력사무소나 타일상사에 드나드는 기술자들을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 들었다.
일단 인력사무소 보다는 타일집에 들러 조공을 구하는 기술자들을 소개받을 요량이었다.
나갈 채비를 갖추고 원룸건물 계단을 내려가는데
'쏴아아'
하는 굵은 비소리가 들렸고 엄청난 폭우에 나는 불과 100미터도 걷기 전에 양말까지 젖어버렸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어 그만 돌아가고 싶었지만 비에 발이 젖는게 큰 대수인가?
앞으로 해나갈 일이 얼만데 이정도 일로 시작도 전에 포기를 하면 나는 아무일도 해내지 못할거라는 다소 자학적인 생각이 들어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가끔 이상한 면에서 소심한지라 타일가게에 일거리를 구하는 모습이 마치 거지가 동냥질을 하는거 같아 살짝 위축된 기분이 들어,
위안을 얻고싶어 고향친구와 전화를 해대며 걷는 통에 내가 처음 갈려고 생각한 위치에 도달했음에도 주변에 타일집은 찾을수가 없었고 곧 내가 길을 한참이나 잘못들었음을 깨닫고 결국엔 네비를 켜고 다시 타일집을 찾아나섰다.
이 동네에 일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처음보는 길들을지나 점점 낡은 건물들이 많아지고 있었고 앞에있는 모퉁이만 돌면 목적지가 금방이었다.
이내 타일집 간판을 발견하고 머릿속으로는 들어가서 무슨말을 해야하지?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쳐지났고 발걸음은 뒤에서 잡아끄는양 축 쳐지고 있었다.
이내 타일집 앞에 도착했고,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약간 조폭같아 보이는 사장으로 보이는듯한 남자의 모습에 눌려 한걸음도 멈추지 않고 원래 지나가려던 사람 처럼 지나가버렸다. 한심했다.
그게 뭐 어려운 말이라고 입밖으로 내지를 못하고 겁먹은 강아지 마냥 내뺏을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부여잡은채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을 쭈그리고 앉아 근방을 이리저리 옮겨대며 담배만 벅벅 피워대기를 반복한후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며 그 타일집에 반드시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들어가서 사장에게 할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타일 일을 좀 배우고 싶은데.. 조공 구하시는 기술자 분들 계시면 소개 시켜 주십시요!'
이렇게 머리속에 말할 대사를 새기며 타일집은 점점 다가왔고 가게안에 사장과 눈이 마주친순간!
능청스럽게 눈썹을 치켜뜨고
' 왜? 무슨일 이라도 있냐?' 는 듯한 표정으로 지나쳐 버렸다.
너무 초라한 나의 부끄러운 모습..
나에대해 많이 실망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