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다섯개정도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징어입니다
저희 가게는 영업시간이 오전 10시~오후 9시까지인 매장이라 보통 저녁 8시~8시 20분 사이에는 마감을 시작하구요
저녁손님이 없어서 혼자 앉아서 웹툰 보면서 낄낄거리다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을 지나고 있기에 부랴부랴 마감을 시작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에 달아놓은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늦은 저녁을 먹고 오신건지 밤마실을 가다 불켜진 가게를 보고 들어오신건지 걸어다니는 아이 둘과 애기 한명을 안고 있는 부부가 들어왔습니다
보통 마감시간 근접해서 오신분들께는 9시 마감임을 안내해드려야 괜히 앉았다 쫓겨나듯 나가시는 일이 없기에 일단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작성자 : 손님 저희 가게 영업시간이 아홉시까지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손님(남) : 아 그래요? 음~ 딴...
손님(여) : (말을 자르며) 마시다 그시간되면 나가라는 말이예요?
따지듯 돌아온 말에 저는 할말이 없더라구요 ㅋㅋ;
작 : 아...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
여 : 별꼴이야... 장사하기 싫은가? (남편을 보며)자기 뭐마실꺼?
남 : 30분도 안남았는데 그냥 딴데가자
여 : 덥고 귀찮아... 뭐 아홉시까지라도 이삼십분은 봐주시겠지~ 뭐마실건데?
남 : 이분도 퇴근하셔야지~
여 : 어이구 성자 나셨네!
남 : 제일 빨리 되는게 아메리카노죠? 그거 주세요
여 : 전 요거트 스무디고 애기들은 딸기쥬스 주세요
작 : 아메리카노 한잔 요거트스무디 한잔 딸기쥬스 세잔 맞으신가요?
주문한 메뉴 다시 확인차 말했는데 여자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더라구요
여 : 아니 애들이 그거 한잔씩을 어떻게 먹어요!! 세잔으로 나눠서 줘야 하는거 아니예요?
할말을 잃었지만 어쨌든 오신 손님이니 최대한 친절하게 해야지 싶었습니다.
일단은 결제를 하고 자리를 잡아 앉기에 전 음료제조를 해서 서빙을 해드렸습니다. (음료 나간시간 8시 45분쯤...)
뭐 좀 늦게 퇴근해도 안걸어가고 버스타고 가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할거 같아 크게 신경 안쓰려고 했죠.
일단은 커피머신이랑 이것저것 마감을 하고 내일 영업준비를 마치고 나니 더 할것도 없기도 해서 바 의자에 앉아서 보던 웹툰이나 보고 있었습니다.
여자분 목소리가 좀 큰 편인데다 딱 한팀만 있는 상황이라 대화가 안들릴수가 없더라구요.
여 : 아~ 우리 과장 진짜 짜증나!!
남 : 왜?
여 : 아니~ 퇴근시간 됐는데 자꾸 일거리를 밀잖아 나한테!! 그거 처리하느라 30분 늦게 퇴근했는데 짜증나 미칠뻔했어...
남 : 그럴수도 있지 뭘...
여 : 아니 퇴근시간이 되면 퇴근을 해서 충전을 해야 다음날도 일을 하지!!
어이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그럼 나는 왜 퇴근을 못하게 하는데!!
대화 내용이 내내 '난 퇴근을 해야하는데 왜 일을 밀어줘서 집에 못가게 하는가!' 라는 내용으로 여자분이 하소연을 하면 남자분은 그랬쪄 우쮸쮸 하며 달래는 내용이기에 짜증도 나고 해서 이어폰 꽂고 폰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9시 50분... 이삼십분은 봐주겠지 하던 여자분은 무려 한시간 20분 동안 자신의 퇴근시간을 침해하는 과장 욕을 해댔고 시계를 본 남자분이 벌써 열시가 넘었다고 저에게 미안하다며 여자분을 억지로 끌고 나가다 시피 가게를 나서더라구요...
자리를 치우려 가보니 애들이 엎어놓은 딸기쥬스에... 소파 구석에 박혀있는 애기 똥기저귀에...
속을 욕을 씨부렁거리며 싹 치우고 바닥청소 하고 보니 시간은 10시 15분을 지나가던... ㅠㅠ
결국엔 11시가 다되서야 집에 왔네요...
자기 시간은 그렇게 끔찍하면서 왜 다른사람은 자기때문에 퇴근을 못해도 '그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니까' 라는 심보를 갖고 있는지
간만에 제대로 멘붕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