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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여성운동에 대해서 저와 의견이 달라요.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게시물ID : menbung_35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T
추천 : 1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7/30 02:34:51
안녕하세요, 오유는 눈팅만 몇 달 하고 가입은..방금 했습니다. 너무 급하게 도움을 받고 싶은 일이 생겨서요..
어느 커뮤니티에 소속되어있다고 느끼고 싶지 않고 익명이 편해서 가입은 미루고 있었는데 실질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오유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염치없다고 보일 수도 있겠네요. 죄송합니다.

저는 트위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지 불과 하루 이틀 전에요. 그냥 트위터를 즐기는 친구가 부추겨서요.
저를 데려온 친구를 a라고 하죠. 다른 친한 친구도 트위터를 한다고 해서 걔랑도 팔로우를 서로 했어요. 걔는 b라고 합시다.
a는 괜찮아요. 자기 가장 친한 사람들이랑만 자기 할 일, 재밌는 얘기 하고요. 원래 생각이 깊은 애라서 인터넷에 그 사태가 터지고도 아무 일 없었습니다.

문제는 b인데요.. 걔는 주로 리트윗을 합니다. 좋은 팬아트, 재밌는 글 같은거요. 그런데 b의 타임라인을 둘러보다가.. 리트윗 중에 '좆레벌떡'이라는 단어를 쓰며 맨스플레인을 비꼬는 트윗, '고추와 자궁이 뒤바뀐 만화'라는 짧은 만환데.. 여자가 남자보고 된장남이라고 칭하고, 남자 얘기가 나오면 이쁘냐?라고 하는 등 최근 몇년 사이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바꿔보려고 한 듯한 트윗을 발견했어요.

굉장히 쎄하긴 했는데 과격하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지..라고 넘겼어요. 최소한 메갈 옹호트윗은 아니니까, 이걸로 괜히 얘기하려 들면 피곤할테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남충'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에, 이젠 망했다고 절망하는 웹툰 작가 지망생을 비꼬는 트윗까지 리트윗 한 걸 봤어요.

굉장히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건 메신저로 좀 얘기해서 안 될 것 같고,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서 바로 만나자고 했는데 스케쥴때문에 이번주는 못 만났고요.. 그냥 메신저로 얘기하는 걸 피하고 있었는데 오늘 잠시 가벼운 잡담을 하다가 이런 얘기로 화제가 번졌습니다.

처음엔 b가 넥슨이 고작 티셔츠로 여성 성우 교체를 한 것에 대해 웃기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저는 당연히 그게 아니라고, 티셔츠의 판매 수익의 사용처가 문제이며, 메갈리아는 정말 악질인 사이트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걔는 메갈덕분에 페미니즘이 더 알려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요. 다른 '남초사이트들'은 그거가지고 조롱을 한다고 했고요..

여기까지 얘기하고 정말 느낌이 안 좋았어요. 제가 메신저를 피하고 불편해하면서도 b와 얘기하기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혹시 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저는 설득할 방법이 없다, 감정과 한국 여자로서의 경험에 호소하는것에 혹해 메갈리아의 '미러링'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혹시 그렇다면.. 이건 대놓고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것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고 느꼈거든요. 저도 주로 보는 사이트가 오유가 아니라 다른 여초 카페, 여초 사이트였다면 넘어갈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건 여자들이 직접 입은 피해, 차별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니까요.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갔을 때 얼마나 사람이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음 주장은 메갈리아의 행동(미러링)이 여자들이 조롱당하고 멸시당하는 몇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가치가 있다. 한남충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여자들이 된장녀, 무슨 녀 등 당해왔던 것들에 대해 미러링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남자들이 최근 하는 4를 붙이며 조롱하는 트윗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한 게 몇 년인데 고작 한남충 한 마디 했다고 이런 취급 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여자들이 당해온 상황 -> 그것을 돌려주는 것인데 뭐가 나쁘냐. 논리가 계속 되었고요.
그리고 우리가 계속 뭐라고 해 봤자 변하는 것이 없었으며, 이렇게라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라고, 메갈리아는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베보단 덜 나쁜 사이트라고 말하고요.

제가 메갈리아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언급하자, 그건 나쁘다. 그렇지만 '괜찮은 미러링'은 할 수 있다. 고 합니다. 그 좋은 미러링이 대체 뭐냐고 물어보자 메르스 갤러리에서 나왔던 캡쳐본 : 예를 들어 "여자가 커피를 타야 맛있지. 한 잔 타와봐"같은 행위를 여자 남자만 바꾸어 비꼬는 글, 소개팅을 나간 여자가 속으론 니같은거에게 얻어먹기 싫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는 개념녀라며 좋아하는 상황을 묘사한 글(의 캡쳐를)을 저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건...속 시원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첫 번째 예의 여자가 타주는 커피 타령은 진짜 병신같은 인간들이 하는 짓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왔으니까요. 두 번째 예의 '개념녀'를 찾아대는 남자도 상당히 봤고요. 사실 지금 당장도 디씨의 극 남초 병신갤에 가면 저런 발언을 하는 인간이 수두룩 빽빽이라서 거기다 대고 나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다음에 했던 말는.. '오유 일베 디씨 이종' 등 '남초사이트'에서 위의 행위, 비정상적인 발언(ex.전쟁나면 여자 강간하겠다)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펄쩍 뛰며 제발 10분만이라도, 자기 눈으로 직접 저런 사이트들이 저런지 어떤지 확인을 해 달라고 말했고, 그에 대한 대답은.. '싫다'였습니다. 10분 볼 가치도 없으며 성희롱이 심하고 혐오스러워서 보기 싫다고요. 거기서 정상적인 사람 찾는 게 더 힘들고, 댓글을 볼 때마다 가관이라서.
제가 거기에 대해선 디씨도 몇몇 갤러리는 진짜 인간말종들이 즐비하지만 다는 아니며, 오유는 더더욱 아니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렇다면 메갈리아도 다 병신은 아니다라는 말이 돌아왔고요. 

제가.. 메신저 기록을 보면서 다시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너무 착잡하네요. 말도 너무 횡설수설이고, 이런 고민은 제대로 털어놓은 적이 없어 거의 하소연 하는 식이라 보기 힘드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요약하자면 b의 생각 : 한국 여자들은 몇 년동안 무슨녀 등의 혐오발언으로 조롱당해 왔고 -> 아무리 그만 하라고 말해도 그런 행위는 고쳐지지 않았으며, 절대 고쳐질 수 없다. -> 이제라도 한남충 등 발언을 통해 좀 인식이 바뀐다고 느낀다. 또한 남자들은 이런 행위를 고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있었어도 소수라서 영향이 없었다). ->그러므로 여자들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비꼬는 등의 가벼운 미러링은 좋다. 이것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제가 했던 주장은 : 한국 여자가 당해왔던 일은 부당하고, 여전히 그런 조롱이나 혐오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이런 식의 비꼼이나 혐오발언은 좋은 변화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냥 서로 싸우게 될 뿐이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는 조금씩이나마 성장해 왔다. 


이렇게 되네요. 저는 논리보다는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사람이라 b에 발언에 대해 제대로 반박도 못 한 것 같고요, 적당한 근거도 빨리 가져오질 못했어요. 이 부분은 정말 후회하고 있는데.. 일단 너무 흥분 된 상태라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도 힘들고요, 어떻게 해야 제 종합적인 의견을 잘 전달할 지 잘 모르겠어요. b도 확실한 근거에 기반해 말하기 보단 자기가 자주 다니는 사이트에서 보고 들은 걸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점은 저도 같네요. 그냥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피곤합니다.. 
저는 더 이상 b를 설득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 의견이 너무 확고하고, 걔는 제가 그쪽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제가 완전 병신같은 주장을 자기에게 납득시키려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는 친구여서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확실히 저와 반대되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안 좋네요.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여러분이라면 이런 친구, 가족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셨을지..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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