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말이, 너를 위로하려는 말이 아니라,
정말 내가 너를 보며 항상 느끼는 거다."
어줍짢은 위로의 말,
아니 어쩌면, 그런 잘난 말을 할 수 있다는 도취감에
그는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암투병으로 휴학 후 간병 중인 나에게
그는 문득 말을 걸어왔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이 큰 도움이 될거다.
네 또래,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이런 쉬어가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오히려 행운이다."
그 말은 남이 내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나에게 해야 할, 그리고 충분히 하고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남의 입에서 들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고통을 공감한다는 충분한 표현도 없이
자신의 생각만 가지고 훅 들어오는 순진한 말에
나는 사정없이 온 몸이 뚫려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간사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되려 그 말에 감사를 표하고, 힘이 나는 척 연기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나는 절대, 남의 고통에다 대고
그것이 고통이 아니라고 말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위로를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지금 니 나이에서는 모를거다."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겠다고.
사실 까고 보면 알맹이는 콩알만한 생각들을
마치 그것이 진리인양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