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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menbung_416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3
조회수 : 3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31 01:34:11
새벽에 괜시리 감성적이 되어서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서 글 올려봐요.
여러분에겐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이 있나요?
전 한가지 가지고 있어요.
사실 너무 희미해지고 정확히 제가 몇살때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대충 관교동 살때고 imf 전인듯하니 초등학생때 즈음이리라고만 기억해요.
그 당시가 언제인지는 정만 이렇게나 희미한데, 당시 벌어진 일들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해요.
지금은 연락도 안하는 제일 친했던 친구와 친구의 형, 그리고 동생이랑 같이 아파트상가 주차장에서 야구를 했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색 야구배트를 들고 나가서 야구를 하고 있었죠.
배트 중간에는 움푹 들어간 홈이 세개나 있었고, 세트로 찍찍이로 된 원반형 글러브랑 털달린 공이 있는 거였죠.
그거 들고 나가면 덥든 춥든 신나게 놀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이었어요.
한창 신나게 놀고 있는데 우리 사이로 어떤 형이 지나갔어요.
그바람에 던지지도 치지도 못하고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죠.
갑자기 김새는 기분에 우리는 그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독 그 형은 느린 걸음으로 한참을 지나가더라구요.
그러다가 갑자기, 그 형이 저에게로 왔어요.
전 배트를 들고 그 형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휘두르고 있었고, 처음엔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바로 앞에 온걸 알고나서야 그 형을 쳐다봤죠.
그리고는 눈 앞이 깜깜해지더니, 정신차렸을 땐 바닥이 앞에 있었어요.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올려다보니 그러더라구요.
어디서 눈을 그따위로 보냐고.
재수 없다고.
그리고는 옆에 있던 제 동생도 한대 치고는 가버렸어요.
우리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아무 행동도 못하고 얼어붙었다가, 그 형이 사라지고 나서야 펑펑 울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집에 왔어요.
집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지만, 그 형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우는 우리만 토닥이다 끝나고 말았죠.
기억은 거기서 끝이에요.
그리고 전 지금도 사람들의 눈을 제대로 못봐요.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 마주친다 싶으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려요.
십년 넘은 친구들과도 가끔 눈 피해요.
같이 일하는 팀장님과 대화할때도 컴화면 보거나 팀장님 다른 부위에 시선을 둬요.
예전에 학비 번다고 알바할 때는 메뉴판이나 메모장에만 눈을 두고, 대화도 되도록 줄이고 제 할 말을 최대한 많이 했어요.
설명 잘 한다고 이쁨 받았지만, 눈 마주치기가 힘들고 대화가 어색해서 그랬어요.
거기다 맞고 난 후로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군가에게 미움사는거, 그게 되게 무서워서 그랬어요.
박쥐같다, 너무 얇게 넓게 사귄다, 호구같다, 별 소리 다들었지만 미움 사거나 누군가 또 나를 나쁘게 볼까 해코지하지 않을까 그게 무섭고 싫어서 착하게 굴었어요.
차라리 나를 얕잡아봐줘, 나 착하게 굴게, 괴롭히지만 마, 싫어하지마...
그런 심정이었단 걸 가족 몰래 만난 심리상담사선생님께 듣고나서야 깨달을 정도로 착하게 사는 일에 노력했어요.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가다가 돌아봤을때 누군가 뒤에 있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겁쟁이고,
남의 시선과 눈이 무서워서 튀는 행동도 하지 못하는 소심쟁이에요.
물론 나름 노력은 했어요, 고치려고.
잘 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서 결국 서른살이 넘은 지금도 착한 호구로 나를 포장하고, 남들 눈을 신경쓰고 살아요.
어린 날의 그 하루, 그 형의 그 눈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물론 그게 다는 아니고 제 가정사, 학창시절, 모든게 영향을 끼쳐서 제가 이렇게 된거겠지만......
거기서 시작이 된 거라고, 가끔 떠올려요.
여러분은 어때요?
이런 기억이 있나요?
우리 솔직히 털어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 벌써 조금 후련해진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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