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세입자로 구성된 다가구주택 거주중입니다.
원래는 남편이 남친이던 시절 자취하던 집인데, 여기로 이사한지 넉달만에 급 결혼을 해버려서
얼레벌레 그냥 눌러앉았습니다.
남편의 전 자취집 주인이 네이트판에 올라올만한 수준의 환타지 개념쟁이라서 가급적 주인 간섭이 없기를 원했고
그래서 구한 집이 지금의, 건물주는 따로 거주하고 전원 세입자만 살고있는 그런 집입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주인 얼굴 두번 본다......계약서 쓸 때, 방 뺄 때. 그런 얘기를 듣고 들어갔지요.
당연히 계약서 쓰기 전에 애완동물 동반 여부도 밝혔고, 주인의 동의도 구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이곳은, 세입자 중 한 가구가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도요금 분배라던가 정화조청소 같은거요.
그리고 집주인은 온리 그 사람들이랑만 소통한다는걸 미리 몰랐다는게 함정......
사실 월세라서 나가는 돈을 없애고 싶기는 했지만 뭐......이사다니는게 귀찮기도 하구요.
전세로 가면 전세금 올려달라는 말 들을때마다 이사가거나 심난해지는게 싫어서 그냥 살자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터, 건물 안에서 고양이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집 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복도에서 울리는 소리였어요.
위쪽에서 들리길래, 윗집 중 누군가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풀어놨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러다가 없어지면 어쩌려고 저러나 싶기도 했고, 그럴때면 고양이 스프레이(영역표시)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내심 속으로 흉도 봤어요. 개념없이 고양이를 풀어 키워서 여기저기 스프레이 하게 만든다고.
중성화도 안시켰나보라고.
알고보니 그게 아니라, 이 건물이 주변 길고양이들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건물 현관을 열어놓으면 들어와서 영역표시를 하기 일쑤고,
어떨때는 지들끼리 영역다툼도 합니다.
문을 잘 닫고 다니면 되는 문제인데, 누구인지 몰라도 악을 쓰고 열어놓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고양이 싸움소리 들리면 나가서 쫓아내기도 하고, 울음소리 들리면 나가서 문 닫고 들어오곤 했지요.
이번 설 연휴 전날이었어요.
연휴에 붙여서 연차를 낸 남편이랑 늘어져 있는데, 누가 문을 쾅쾅 두드리는겁니다.
남편이 나가보니 집주인......
예고도 없이 와서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어깨로 밀고 집으로 들어왔답니다.
(저는 까치집머리에 대충 입고 있어서 방 안에 있었습니다)
말소리는 들렸는데 한다는 말이
이집에서 개를 키워서 건물 전체에 냄새가 난다.(?) 너네 청소는 똑바로 하고 사는거냐.(??)
그건 우리 개 냄새가 아니라 고양이 냄새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먹히지도 않더군요.
니들은 면역이 되서 못맡는지 모르겠지만, 니네집에서도 냄새가 풀풀 난다나 뭐라나.
뭐 그럴수도 있겠네요. 저도 남의집 개냄새는 과히 좋지 않으니까요.
근데 개냄새랑 고양이 스프레이 냄새는 정말 다르거든요......
청소좀 똑바로 하고 살아!! (반말.....반말.....왜 반말........) 라는 말을 남기고 집주인은 떠나갔습니다.
어.......되게 빡쳤어요.
사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뜬금터지게 와서는 저렇게 반말로 윽박지르고 사라져서 전후파악도 안되고,
내새끼 욕먹는것도 싫고, 내 집도 아닌 집에 우리 뒤에 들어올 사람들 피해보지 않게 분무기에 락스 담아서 수시로 청소하거든요.
정말 하루에도 여러번 뿌려요. 특히 화장실은 전문 바닥세척약품 사다가 주기적으로 관리해요.
그래야 나도 냄새 안나고, 집주인도 뒷사람도 피해를 보지 않을테니까요.
근데 아까 남편이랑 저녁 먹는데요. 그 관리한다는 집 사람이 저희 현관 앞에서 그러더라구요.
아이씨 냄새가 점점 더 심해지네.
그러면서 그집 애들이 뭐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어쩌고 하니까 애들 붙잡고 쉬잇! 이러면서 입단속도 하는데
그게 하는 척이지ㅋㅋㅋㅋㅋㅋㅋ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고 말이죠.
더 짜증나는건 오늘 난 냄새는 누군가의 청국장 냄새.........에라이 시발 니들은 청국장 안먹냐.
그 집이 정말 사람 토나오게 시끄럽거든요. 애들이 어리기나 하면 이해나 하는데, 초등학생 중학생이예요.
그저께도 자정 다 될때까지 쿵쿵 뛰어다니고(아니 이 콧구멍만한 집에서 뛸 곳이 어딨다고;;;)
골목 초입부터 소리지르면서 다니고, 창문 열어놓고 길에 있는 사람이랑 고래고래 대화하고
우리 멍뭉이 소리 난다고 애들이 현관에 붙어서 같이 월월 짖는 바람에 개도 스트레스 받아서 더 예민해지고
주기적으로 교회사람들인지 와서 밤늦게까지 왁자왁자 하고.
그래도 개 키우는 죄인이라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 내새끼 소리도 남들은 시끄럽겠지.
사람이 있으면 누가 문 두드리거나 문앞에서 말하지 않는 이상 짖지 않지만, 사람 없으면 또 어떨지 모르니까
외출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고........저도 노이로제가 오고 멍뭉이랑 같이 신경안정제 먹고 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돌아오는게 니들때문에 건물 전체에 냄새난다는 소리네요.
개를 풀어놓고나 키웠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주인에게 그런 말 들었을때 왜 저렇게 말할까, 누가 뭐라고 했나 싶었는데
오늘 들린 말로 심증 확정이네요. 잡았다 요놈!
빡친 마음으로 2월 내내 돌아다녀서 이사갈 집을 구했는데,
그쪽이랑 이사일정 맞추느라 5월은 되어야 이사를 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남편은 이제 곧 이사가니까 신경쓰지 말라는데, 이 더러븐 승질이 부글부글......
우리가 있으나 없으나 문단속 못하면 냄새는 계속될텐데 그땐 누구 탓을 하려나요.
애기 키우는 집 똥기저귀 냄새라고 하려나요.
아니면 어르신 계시는 집 노인 냄새라고 하려나요.
너무 시끄러우니까, 우리 뒤에 이집에서 살 사람들이 예민보스가 들어와서
맨날맨날 피튀는 전장이면 사태파악을 좀 하려나 싶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짜증이 너무 치밀어서 빅엿이라도 하나 먹이고 싶네요.
에이씨. 이사가기 전에 그집 현관 앞에 개다래나무 가루라도 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에요.